728x90
반응형
SMALL

사이코패스이면서 기업에 속해
일상적 사회생활을 하는 자들,
이들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킨다
» 윤석천 경제평론가
금융위기의 원인은 뭘까. 많은 답이 있지만 공허하다. 대부분 거대담론이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참사”라는 해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현실감 있는 풀이는 없는 걸까. 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직감으로 알고 있는 게 있다. 다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드러내놓고 주장할 수 없을 뿐이다.

그것은 바로 ‘코퍼릿 사이코패스’(corporate psychopath)라 불리는 정신병자들이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이론이다. 사실 이 이론은 학계에서는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으나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의 클라이브 보디 교수가 <기업윤리저널>(Journal of Business Ethics)에 이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고, 그것을 다시 <블룸버그>의 한 칼럼니스트가 인용하면서 이 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략)

다음은 위키백과에서 추린 사이코패스 증상이다.

공감·죄책감의 결여, 얕은 감정, 자기중심성, 남을 잘 속임 등을 특징으로 한다.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하며 책임감이 없고 사회규범을 쉽게 위반한다. 일반 정신병과 달리 망상, 비합리적 사고 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박식하고 매력적이며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디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이런 특성이 현대 금융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됨에 주목했다. 물론 이들은 결국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파괴시킨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기업과 이들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현대의 금융기업은 무질서, 높은 변동성, 급격한 변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런 환경에서 사이코패스의 카리스마는 그를 정상으로 밀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이들은 자기충족과 자기 권력의 확대만을 일관되게 추구한다. 무자비하고 계산적이며 정치적이다. 이런 특성이 역동을 넘어 무질서한 양태로 변화하는 현대 기업과 조직에서는 엄청난 장점으로 부각된다.

그러나 그 때문에 조직은 결국 붕괴한다. 이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평등, 공정과 같은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목표는 오직 성공이다. 양심은 성공의 방해물일 뿐이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매력적이며 세련되어 보이지만 애초 타인의 이해나 욕구, 복리엔 관심이 없다. 거짓·사기·협박이 주특기이다. 이들의 이런 특성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마침내 조직을 파괴시킨다. 무모한 투자나 결정으로 치명적 위기를 만들어낸다.


(중략)

사이코패스가 위기를 불러왔다는 이론이 사실이라면 그것에 대처하는 현재의 방식 대부분은 잘못된 것이다. 근원 치료가 아닌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우선, 이들이 조직에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나 지도자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 권력을 갖는 걸 원천 봉쇄해야 한다. 보디 교수는 지금 당장 이들을 걸러내는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수단이란 바로 ‘정신감정’이다. 일리가 있지 않은가.

윤석천 경제평론가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13976.html

관련 논문: http://mtpinnacle.com/pdfs/Psychopath.pdf

반응형
LIST
posted by Bwith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