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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스닥기업 여섯 곳 가운데 한 곳은 자녀들에게 상당히 많은 지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만큼이나 중견·중소기업도 승계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Luxmen`과 `매경이코노미`는 `Luxmen` 창간 기획으로 코스닥 300대 기업(8월27일자 시가총액 기준)의 지분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17.3%인 52개사의 경우, 상속·증여·장내매수 등을 통해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대주주 자녀들이 보유한 합계 지분율은 평균 6.55%에 달했다. 한편 최대주주가 비상장사인 기업은 50곳이었다. 이 가운데 60%인 30개 기업이 금융감독원 공시나 감사 보고서 등을 통해 최대주주인 비상장사의 지분구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대주주 평균 지분율은 27.64%
•자녀 지분 있는 기업은 52곳
•자녀 평균 지분율은 6.55%
•자녀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해성산업
•최대주주가 상장사인 기업은 53곳 ex) SK브로드밴드, CJ오쇼핑, 포스코ICT
•최대주주가 비상장사인 기업은 50곳 ex) 에스에프에이, 하림, 동화홀딩스
•비상장사 지배구조 투명한 기업은 20곳 ex) 평화정공, 케이디씨, STS반도체

자녀들의 평균 보유지분율은 6.55%

코스닥기업들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가 가업승계라는 점은 익히 알려졌다. 문제는 어떻게 세금을 최대한 줄이며 부드럽게 승계하느냐다. 실제로 2008년 기은경제연구소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의 애로사항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가 상속증여세를 부담스러워했다.

코스닥기업의 자녀 지분 승계 시점이 2008년 말부터 2009년까지 몰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금이라도 증여세를 덜 내기 위해서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증여세는 증여 당시의 주가를 반영해 책정하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기에 좋은 시기였던 셈이다.

시가총액 순위 33위인 네패스는 2008년 하반기 주가 폭락기를 활용했다. 이병구 대표이사의 자녀 세희씨는 당시 7만 주를 한꺼번에 취득해 지분율을 0.4%포인트 끌어올려 현재 지분율은 1.76%에 달한다. 코미팜의 대주주인 양용진 대표이사의 아들 윤곤씨도 2008년 하반기 2만80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1.7%까지 끌어올렸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최대주주인 유상옥 회장도 2009년 학수•민수씨 등 6명에게 보통주 총 200만 주를 넘겼다. 유 회장의 지분은 17.53%에서 12.53%로 줄었지만 자녀들에게 무난히 지분을 넘길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아남정보기술은 특수관계인인 김정구씨가 아들인 현수•민수•석현씨 등에게 18만 주를 물려줬다.

지분 증여 뒤 호재 터트려 논란 일기도

코스닥기업 CEO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쌀 때 증여한 뒤 호재를 터트려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사장은 2008년 12월10일 보유 중이던 회사 주식 가운데 17.66%인 900만 주가량을 아들인 민호씨와 민규씨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증여가액 산정기간이 끝날 즈음 니치아와 특허소송 중단과 크로스라이센스(특허상호실시허락) 체결을 발표하면서 9거래일 만에 70%가량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반도체는 증여와 니치아 합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2008~2009년 자녀들에게 지분을 양도하는 추세는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가가 하락하거나 박스권 장세가 되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어김없이 지분 확대에 나섰고, 2~3세의 지분 취득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 12월 무림페이퍼 창업주 이동욱 회장은 지분 일부를 아들 이도균 이사에게 넘겼다.

같은 시기 조창걸 한샘 회장 자녀들도 지분을 늘렸다.

앞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승담씨도 2008년 말 총 6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동양메이저 주식을 샀다. 2009년 중반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 때 현대해상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은 5만2460주를 추가 취득, 지분이 기존 21.74%에서 21.80%로 0.06%포인트 늘었다. 장녀인 정이씨와 외아들인 경선씨도 각각 1만5700주, 2만8500주를 늘려 0.03%(2만7000주), 0.15%(13만3570주)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허용수 GS홀딩스 상무의 차남인 정홍군도 최근 27만3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정홍군의 주식 매입 규모는 80억원대로 이번 주식 취득을 통해 GS홀딩스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홍군의 형인 석홍군도 이미 220억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미성년자로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해성산업, 자녀 보유지분 가장 많아

한편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한 52개 코스닥기업의 평균적인 자녀 보유지분율은 6.55%였다. 코스닥 300대 기업 최대주주의 평균 보유지분율이 27.64%인 것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지분이라는 평가다.

코스닥 300대 기업 내 자녀들의 보유지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빌딩시설관리 및 오피스텔 관리 회사인 해성산업이다. 단재완 대표가 28.20%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우영•우준씨 등 두 자녀도 각각 15.70, 15.23%를 보유 중이다. 이들은 2002년과 2004년 지분을 획득했다. 이들의 보유주식의 평가액은 각각 200억원이 넘는다. 해성산업의 경우 자녀와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68%에 달한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시스템통합업체 동부CNI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 회사는 동부그룹 경영권의 핵심에 서있다. 동부CNI의 대표이사회장은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이다. 그러나 최대주주는 장남인 김남호씨다. 2007년 김 회장은 장녀인 주원씨에게 10.27%를, 남호씨에게 16.68%를 넘겼다. 김 회장의 지분은 12.25%에 불과하다. 동부CNI는 그룹의 핵심기업인 동부제철(13.41%)과 동부하이텍(13.07%), 동부생명(17.01%)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코스닥 상장사를 통해 장남에게 실질적으로 경영승계를 마친 셈이다.

비상장사가 경영권을 가진 기업은 50곳

이번 코스닥 300대 기업 지분구조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최대주주가 개인이 아닌 상장사이거나 비상장사인 경우가 조사 대상 기업의 3분의 1이나 됐다는 점이다.

300개 기업 가운데 최대주주가 또 다른 상장사인 경우는 53곳이었다. 코스피나 코스닥 상장사가 계열사로 보유한 사례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순위 3~6위까지 기업을 보더라도 한눈에 대기업 계열사임을 알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최대주주는 SK텔레콤, CJ오쇼핑는 CJ(주), 포스코ICT는 포스코, OCI머티리얼즈는 OCI(주)다. 그 외에 104위 이수앱지스도 이수화학의 계열사로 이수화학이 42.29%의 지분을 들고 있다.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사인 경우도 있다. 큐렉소 최대주주인 삼지전자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엔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최대주주가 비상장사인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취재 결과 코스닥 300대 기업 가운데 50개 기업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였다. 비상장사는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금융감독원 공시에 지배구조를 나타낼 필요가 없다. 지분구조를 확실히 알려면 1년에 한 번 법인세(3월 말)를 신고할 때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를 봐야 한다. 그러나 보통의 개인 투자자가 이런 방법을 통해 지배구조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신용평가 회사가 내는 보고서를 참고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코스닥에 공개된 기업이지만 실상 개인 투자자들이 지배구조를 명쾌하게 알 수 없는 셈이다. 자산 100억원 이상 기업은 외부감사 대상으로 비상장사라고 하더라도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을 통해 감사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감사 보고서에 지배구조를 명시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물론 명쾌하게 지배구조를 알린 기업도 있다. 시가총액 기준 225위인 GSMT는 홀딩컴퍼니로 손자회사들이 중국에서 기계부품 사업을 한다. GSMT의 최대주주는 서울메탈홀딩스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지배구조가 명확하다. 나윤환 대표가 54.22%, 나윤용씨가 7.22%를 갖고 있고, 이들이 형제인 점을 분명히 한 점이 그렇다. 형제와 부인 등 다른 친족 관계자의 지분구조도 주석사항에 깔끔하게 나타냈다.

하지만 지배구조를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부터 그렇다. 셀트리온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다. 셀트리온은 내년 말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보유자산이 1000억원을 넘고, 보유자산의 50% 이상이 자회사인 셀트리온의 지분가액이라 지주회사 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구조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87.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셀트리온헬스케어 감사 보고서에는 이를 명시하지 않았다.

공시 의무 없어 지배구조 불명확

배관설비를 생산하는 태광은 최대주주가 비상장사인 대신인터내셔날이다. 대신인터내셔날은 태광의 주식 24.22%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공시 시스템을 통해 감사 보고서조차 확인할 수 없다. 대신인터내셔날 측은 의무공시 수준인 자산 규모 100억원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지난해 342억원인 태광의 24.22%만 계산해도 대신인터내셔날의 자산가치는 80억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때문에 감사를 피하고자 자산 100억원 기준에 일부러 미치지 않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대신인터내셔날 이외에 (주)대신이 태광의 6.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여러 비상장사들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의심을 받고 있다. (주)대신은 윤성덕 태광 사장이 9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로 더밸류디자인, 씨플러스, 대신인터내셔날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0위의 회사지만 뚜렷한 지배구조를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외감대상에서 피하기 위해 자산부채상계 등의 방법으로 자산 규모를 끌어내리는 기업이 무수히 많다”고 꼬집었다.

지배구조가 독특한 사례도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6위인 에스에프에이는 2001년 상장된 회사다.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의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사된 업체로 공장 자동화 설비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설비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꼽힌다. 이 회사는 비상장사인 디와이에셋이 3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디와이에셋의 최대주주는 역시 비상장사인 디와이홀딩스로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비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통해 상장사를 경영하는 셈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법규의 문제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대주주가 비상장사일 경우 비상장사의 최대주주를 공개하도록 법을 고쳐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무 규정을 만들기 전까지 기업들이 일부러 지배구조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상장사를 활용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경우는 재벌그룹에서 흔히 발견된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를 활용해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에버랜드 지분 25%를 보유하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19.34%)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7%)를, 다시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삼성카드가 에버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순환구조다. SK그룹도 그렇다. 최태원 SK 회장은 시스템통합(SI)업체인 SK C&C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SK C&C는 지주사인 SK(주) 지분 31%를 보유한 대주주다. 최 회장은 SK C&C 지분 44.5%를 갖고 있다.

비상장사 활용하면 편법 여지 많아

코스닥에서도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지분을 자녀에게 넘긴 경우도 발견된다. 파라다이스가 그렇다. 파라다이스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로 37.39%를 갖고 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전필립 대표가 86%를 가진 최대주주다. 파라다이스 창업주인 고 전낙원 회장이 비상장사의 지분을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경영권을 승계했다.

비상장사를 최대주주로 활용할만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앞서 대기업의 사례에서 봤듯,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원칙적으로는 최대주주인 비상장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넘기든, 상장사의 지분을 그대로 넘기든 세금에는 영향이 없다. 비상장사를 평가할 때 상장사의 가치를 면밀히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법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비상장사의 실적을 나쁘게 만들어 가치를 떨어뜨린 뒤 증여를 해버리면 세금이 덜 나오는데, 증여 이후 비상장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한 기업승계 전문 세무사는 “어차피 처리해야 할 대손상각금이나 임직원들의 퇴직금 등을 증여에 앞서 일시적으로 처리하면 숫자가 좋지 않게 나오고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 A기업의 최대주주는 20%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 B기업이다. 최대주주는 비상장사를 통해 A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A기업의 최대주주가 부친에게 주식을 넘겨받은 때만 해도 비상장사 B기업은 외감대상이 아니었다. 자산 규모가 20억원대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배구조를 명시할 이유도 없었고, 세금도 많이 내지 않았다. 그러다 최대주주가 상속을 마친 이후 회계처리만 바꿔 자산을 10배 이상 늘렸다. 증여세를 최대한 적게 낸 뒤 곧장 비상장사의 가치를 높였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비상장사가 최대주주면 금전대여 가능해져

비상장 주식을 상속•증여세로 대신 납부한 뒤 저가에 재매입하는 변칙수법을 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비상장사 대표가 170여억원의 증여세를 비상장 주식으로 납부한 뒤 이 주식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80여억원에 다시 매입했다. 이 경우 대주주가 내야 할 세금 수십억원을 회사가 대신 납부한 셈이다. 지금은 물납이 승인사항으로 바뀌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들이 관리 소홀을 틈 타 이런 종류의 변칙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승계문제가 아니더라도 비상장사를 활용하는 게 경영활동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비상장사는 공시의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분 양도에 있어 세간의 눈길을 피할 수 있다. 금전대여에도 유리하다.

김융석 천지회계법인 이사는 “최대주주가 개인인 경우 회사는 최대주주에게 금전대여를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법인에는 상법에 따라 금전대여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올해 1월 상장 폐지된 A기업도 이런 의심을 받는 회사 중 하나다. 전(前) 최대주주 및 현 대표이사가 13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서 상장 폐지됐는데, 최대주주가 비상장사를 활용해 회사 자금을 끌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명순영·김헌주·윤형중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

 

출처:  http://luxmen.mk.co.kr/view.php?sc=51100003&cm=Special%20Report&year=2011&no=181598&related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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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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