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평가 심각…평균 PBR 0.7배
인수합병 폭풍 불 듯
(서울=연합뉴스) 이 율 한지훈 기자 = 여의도 증권가에 돈이 말라붙은 탓에 증권사들의 기업 가치도 헐값이 됐다.
증권업계 전체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주가가 장부상 청산가치에도 못 밑친다. 일부 증권사는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본사 사옥만 내다 팔아도 수백억원을 챙길 수 있을 만큼 값어치가 떨어졌다.
적자 경영이 일상화한 유례없는 불황 속에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에 잡아먹히는 증권사가 나타날 수도 있다. 웬만하면 수익걱정하지 않는다는 증권사가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본사 빌딩 한 채 값도 안되는 증권사 경영권
이름난 증권사들의 볼품없는 주식 평가가치는 국내 증권산업의 취약한 수익구조를 여실히 드러낸다.
1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한 22개 증권사 가운데 4곳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본사 사옥(토지+건물)의 장부가액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계산으로 최대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사옥만 매각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볼 수있다.
산업 자체가 너무 쪼그라들어서 여의도에 인수·합병(M & A) 바람이 한 차례 거세게 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동양증권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천879억원, 이 회사 최대주주인 동양인터내셔널(지분율 19.01%)의 보유 지분 가치는 92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의 주식 가치를 모두 더하더라도 1천709억원에 그쳐 본점의 토지와 건물을 합한 금액 2천44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대신증권도 최대주주 양홍석 부사장과 특수관계인들이 가진 지분 9.08%의 가치(385억원)가 본사 부동산 가치(640억원)보다 훨씬 적다. 부국증권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아예 본사 사옥의 장부가액이 시총보다 비싼 회사도 있었다. 주식이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는 셈이다.
전날 종가 기준 시총이 1천656억원이었던 교보증권은 여의도 사거리의 본사 사옥 장부가액만 1천774억원에 달했다. 증시에서 평가받는 전체 회사 가치가 사옥값에도 못 미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몇몇 증권사들은 구멍가게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평가 절하돼 있다. 문제는 소매영업 시장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져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 증권사 차라리 청산이 이익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증권업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에 불과하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눠 계산하는 PBR가 1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청산가치에도 못미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증권사들의 주가는 증권사를 청산할 경우 주주가 배당받을 수 있는 자산의 가치보다 더 낮은 셈이다.
회사별로는 한양증권의 PBR가 0.33배로 전체 증권사 중 가장 낮았다. 교보증권과 동부증권이 0.34배, KTB투자증권이 0.36배, 골든브릿지증권이 0.38배, 유진투자증권이 0.39배, 메리츠종금증권이 0.41배, 유화증권이 0.43배, 한화증권이 0.46배 등이다.
전체 증권사 중 주가가 청산가치를 넘는 증권사는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1.95배)과 이트레이드증권(1.04배), 삼성증권(1.29배), 대우증권(1.10배), 한국금융지주(1.09배) 등 모두 5곳에 불과했다.
우리투자증권은 0.82배, 미래에셋증권은 0.81배, 현대증권은 0.78배, 동양증권은 0.55배 등 대형 증권사들의 주가도 청산가치에 못 미쳤다.
이같이 증권사들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벌어들인 돈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 3월까지 2011회계연도에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2조2천170억원으로 은행(14조4천500억원)의 6분의 1에도 못 미쳐 전체 금융권 중 꼴찌 수준이었다.
생명보험(3조3천820억원)은 물론 손해보험(2조4천520억원)에도 못미쳤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3%로 은행(9.8%), 생명보험(7.4%), 손해보험(12.3%), 신용카드(11.2%) 등 전체금융권 중 꼴찌였다.
2012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 이후 증권사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월 4조9천650억원, 5월 4조6천911억원, 6월 4조706억원에서 7월 3조7천166억원으로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증권사 수익의 40%는 고객이 증권거래를 할 때 내는 위탁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거래대금이 줄면 수익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증권사들이 적자경영을 면하려면 거래대금이 손익분기점인 6조5천억원을 넘어서야 하는데, 거래대금은 지난 3월 5조원대로 떨어져 5개월째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시장에 거래대금이 말라 자기자본을 까먹으면서 적자경영을 하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이 상태가 1년이상 지속된다면 증권업계에서도 인수합병(M & A) 큰 장이 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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