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긍정론 펼치던 버핏 한발 물러서
월가 투자은행도 줄줄이 미 성장률 하향조정
재정절벽, 유로존 위기장기화 불확실성이 하반기 경기 하방압력 가중
미국 4년 연속 1조달러 예산적자…살아나는 주택경기가 한줄기 빛
그동안 줄곧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론을 펼쳐온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한발 물러섰다.
아이다호주 선 밸리에서 열린 연례 미디어.IT 컨퍼런스에 참석한 버핏 회장은 12일 현지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전반적인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며"성장이 거의 정체국면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한달전만해도 버핏 회장은 워싱턴 경제클럽 만찬에 참석,"유럽 위기상황이 미국으로 크게 확산되지 않는 한 미국 경제가 또 다른 경기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진단한 바 있다.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도 최근 잇따라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나섰다. 지난 1분기 1.9% 성장에 그친 미국 경제가 2분기에도 2%대에 못미치는 성장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HSBC은행은 2분기 미국 성장률이 1.2%대로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대다수 월가 투자은행들도 미국 경제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안좋아질 것으로 전망,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재정절벽(fiscal cliff) 불확실성이 경기하방 압력을 심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단 장기화되고 있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 회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버핏 회장은"특히 지난 6주간 유럽 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로존 위기보다도 재정절벽(fiscal cliff)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때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했던 글렌 허버드 콜럼비아대 교수는"미국 산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불확실성은 유로존 부채위기가 아니라 바로 재정절벽”이라며 재정절벽이 기업인들에게 얼마만큼 큰 부담을 주는지 강조했다.
6월말 현재 2012 회계년도(2011년 10월~2012년 9월) 미국 재정적자는 9,042억달러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 4년 연속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적으로 대폭적인 정부지출 삭감.증세를 통한 재정적자 감축이라는 재정절벽 조치가 시작된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중산층 가계는 평균 1,750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된다. 가처분 소득이 확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정부지출 삭감으로 공공 일자리도 큰폭 줄어들게 된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재정절벽이 현실화 될 경우, 미국 경제 성장률이 4%포인트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4월 재정절벽 이슈가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한 이후 시장 불확실성이 얼마나 확대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26% 급등했다. 앞으로 경제전망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산업계 입장에서 당연히 정부정책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재정절벽 불확실성은 이미 산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신규고용을 늦추고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도 뒤로 미루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이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월평균 주택 착공 건수가 70만건 이상으로 전년 대비 30% 급증한데다 주택 시장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주택 시장지수(6월)가 29를 기록, 2007년 5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미국 경제 둔화 염려감을 표시한 버핏 회장도"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던 미국 주택시장이 눈에 띄게 반등하고 있다”며"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미국경제에 대해 여전히 낙관하는 시장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제임스 폴슨 웰스파고 캐피탈매니지먼트 최고투자전략가(CIO)는 이날 CNBC에 출연, "기름값이 떨어지고 모기지 금리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미국경제가 3% 가까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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