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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14 by

민주 세력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 더 나은 내일,더 나은 대한민국

 

 

 

민주 세력이 고대해 오던, 그러나 예상과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얻은 19대 총선이 끝난지도 며칠이 지났다. 연초만 해도 야권의 압승이 예상되던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제1당도 아니고 과반수를 획득했다는 것은, 민주 세력으로 하여금 속된 말로 멘붕(멘탈의 붕괴)이라는 상태에 이를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러다보니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대권까지 새누리당에 넘겨주어서는 안될 일, 정권 교체를 위한 필승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상황이 과연 최악의 상황일까?

 

전략을 고민하기에 앞서 현 상황이 과연 최악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은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게 마련 아닌가. 일단, 이번 선거에서 진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안일한 마음 자세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압승을 예상했고, 그런 상황에서 그 떡을 어떻게 나눠먹을 것인지에만 골몰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안일한 마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합심해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기반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수가 이미 드러났다는 점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과 다르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갔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바꿔야 한다” 라고 생각한 후 “역시 박근혜로 바꿔야 해”로 연결되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도 계속 끌고가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명박 정권의 비리와 문제는 앞으로 터질 일만 남았고, 이렇게 터질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박근혜 위원장은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차별화를 해야 한다. 결국 그는 차별화에 실패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차별화를 하는 과정에서 친이계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국민이 어리숙해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록 박근혜로의 교체라는 논리는 효과를 잃게 되어 있다.

 

또한, 새누리당으로서는 더 이상의 대선 주자가 나올 수 없게 되었다는 점 역시 야권에 유리한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했다면 김문수나 친이계 인사가 기지개를 켜 볼 수 있었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주도로 새누리당이 승리한 상황에서 다른 인사가 도전장을 내밀기는 어려워 졌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거나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가 어렵다.

 

또 한가지 요소는 바로 안철수 교수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어중간하게 승리했으면 안철수 교수의 등장을 위한 명분이 마련되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이 그야말로 자멸을 했기 때문에 안철수 교수가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되어 버렸다. 안철수 교수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되건 문재인 당선자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되건, 야권으로서는 높은 지지도를 가진 잠룡간의 대결이라는 드라마를 만들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향후 정국을 야권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총선 후 나온 여론 조사를 보면, 야권은 수도권과 호남, 제주, 세종시에서 압승했지만 강원, 충청, 영남 지방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 전라도와 제주,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야권은 수도권, 그것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만 선전했으며, 이 지역은 바로 SNS의 혜택을 입은 지역이다. 다시 말해 지역 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방에서 SNS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는 소리다. (참고 : 지역별 블로그 방문자수 분석)

 

문제 1.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SNS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지적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너무 네가티브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정권 심판이라는 것도 뭔가 잘 해보자고 하는 것인데, 너무 현 정권의 실정과 이를 심판하겠다는 것만 부각했을 뿐, 심판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포지티브한 비전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영남 지방으로서는 그런 정권의 실정을 통해 자신들이 혜택을 입은 부분도 있는데 무조건 심판만 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심판과 같은 부정적이고 급진적인 어휘에 거부감을 느끼는 중도 보수층에게는 이런 네거티브는 결코 적절한 전략일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 다른 전략, 즉 이들의 마음이 움직일만한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했다.

 

문제 2. 중도 보수층과 지방 거주민을 위한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또한, 나꼼수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나꼼수는 나경원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전략에 정면으로 맞서는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다. 한 마디로,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맞서는 전략이었다. 이로 인해 나경원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가 힘을 잃었고 이 과정에서 박원순 후보가 계속해서 깨끗하고 참신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이렇게 대신해서 네거티브를 해 줄 사람이 없었다면 박원순 후보든 혹은 박후보 진영의 다른 누구라도 함께 진흙탕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박후보의 참신함은 힘을 잃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김용민 교수의 출마로 인해 이 구도가 깨졌다. 애초에 잡놈을 표방함으로써 네거티브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국회의원 후보가 되면서 자신들이 바로 네거티브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네거티브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즉, 자신의 무기도 버리고 갑옷도 버린 채 상대의 창끝에 맨몸을 노출한 모양이 되어 버렸다. 결국 김용민 후보 개인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야권으로서도 가장 강력한 네거티브 무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 3. 상대방의 문제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무기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 비대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대위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였는지 몰라도, 실제로 비대위는 새누리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아가는 키잡이 역할을 했다. 실제로 김종인과 이상돈이라는 두 명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나서서 전체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서 틀을 잡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좌 클릭”이라는 키워드가 나왔고 “박근혜식 복지”라는 키워드도 나왔다. 그것이 실제로 총선에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새누리당의 선거 캠페인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야권에는 이런 존재도, 요소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큰 그림을 그릴 사람도 없었고, 큰 그림을 그릴 사람이나 조직을 구성한 이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전략이 없었고, 전략이 없다보니 긍정적인 구호도 없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 심판 뿐이었다. 심지어 어떻게 심판하겠다는 설명조차 없었다.

 

문제 4. 정당으로서의 방향과 선거의 방향을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이도 없었고, 따라서 방향과 전략이 없었다.

 

따라서, 이 네 가지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를 보완하는 것 만으로도 다가올 대선에 대비한 필승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 문제점을 보완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 보자.

 

대선 승리를 위한 필승 전략

 

위에 열거한 문제점을 살짝 바꾸어, 우리가 해야 할 당면 과제라고 써보자. 그러면 네거티브적인 문제에서 포지티브적인 해결책이 된다.

 

과제 1. 지방 유권자를 위한 SNS가 아닌 다른 접근 방법을 마련한다.

 

과제 2. 중도 보수층과 지방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한다.

 

과제 3. 강력한 네거티브 무기를 준비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한다.

 

과제 4. 정당으로서의 방향과 선거 방향을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이를 일관되게 추진한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까를 생각해 보자. 먼저 가장 쉬운 것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가장 쉬운 부분은 과제 3이다. 네거티브 전략이다. 당사자를 생각하면 마음 아픈 일이지만, 결국 네거티브는 나꼼수가 주도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나꼼수만으로는 안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도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야권 정당이 주도적으로 네거티브에 나설 경우 자칫 야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포지티브한 이미지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 국민들은 피곤한 야당보다 편안한 여당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네거티브를 야당들이 함께 나선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대권 주자들이 맨 앞에서 주도해서는 안되며, 대권 주자들은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올바르고 당당하며 포지티브한 대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절대로 물고 늘어지기의 최전선에 나서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런 역할은 야당 내부에서도 네거티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따로 나서 주어야 한다.

 

이제 과제 1과 과제 2를 생각해 보자.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지만, 중도 보수층과 지방 유권자들은 결국 안정과 발전을 희망한다. 당장은 좀 힘들어도 도덕이나 인권, 양심과 원칙을 바로 세우자고 말하면 당장 앞에서는 그러자고 할지 몰라도, 결국 이들은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는 안정을 주겠다는 쪽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와 같은 삶이 불안하고 작은 안정이라도 얻고자 하는 서민들에게 호소하는 키워드는 결국 미래와 발전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기존의 언론들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 지역은 SNS나 인터넷이 효과가 있지만, 지방의 유권자들에게는 아직 거리가 있다. 즉, 아무리 밉고 한심해도 결국 조중동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바꾸어 말하면, 조중동이 싫어도 보도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꾸만 보도할 만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조중동을 제외한 언론이 먼저 자꾸 보도를 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조중동이 등 떠밀려서라도 보도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제 4가 매우 중요하다. 즉, 전체적인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주자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양산해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내용들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꾸준히 그 틀을 잡아주고, 대선 주자들이 그 틀 안에서 함게 노력하면, 과제 1과 과제 2를 달성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밝고 희망찬 내일을 위한 대권 레이스

 

여기까지 읽은 이라면, 그게 그렇게 쉬우면 누가 하겠냐,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모든 야권 정당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내세운다.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대한민국

 

이 키워드는 대선만이 아니라 야권을 가로지르는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원래 정치라는 것이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키워드는 가장 핵심이면서도 다홍치마로 쓸 수 있는 키워드다. 민통당의 약점이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키워드를 내세우면 오히려 그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 통진당 역시 다양한 정치세력이 모인 곳이므로, 이와 같은 키워드가 자신들을 묶을 방법이 된다.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이들이 모였다는 주장은 매우 호소력이 있지 않은가.

 

민통당과 통진당은 이 구호를 당명 아래에 적어놓고 모든 곳에 노출한다. 인터뷰를 할 때에도, 기자 회견을 할 때에도, 각 지역 사무실 간판에도, 명함에도 이를 적어 놓는다. 그러면 이것을 보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야권이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는 연상 작용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민주 세력이 이 구호를 쓰게 되면, 민주 세력들은 자연스레 연대가 되고 힘이 모이게 된다.

 

이와 함께 모든 대선 주자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바로 이 구호를 기반 삼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대선 주자는 더 나은 내일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하고, 또 어떤 대선 주자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복지를 하겠다고 말하면 바로 포퓰리즘이라는 역공을 받을 수 있지만,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복지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면 상대는 복지 정책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즉, 민주 세력이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주도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원래 보수가 잘하는 것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똑같은 사실도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거짓이 되거나 좋던 것이 나쁘게 인식된다. 진보와 민주 세력은 번번히 이 프레이밍에 당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당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민주 세력이 프레임을 만들고 주도하며 상대가 이를 따라오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안철수 교수 등의 민주 세력이 만나 앞서 말한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대한민국” 혹은 이와 비슷한, 매우 긍정적이고 포괄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공감할만한 (상대가 공격하기 힘든) 키워드를 만든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각자가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이렇게 제시한 방법은 마찬가지로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각 대선 주자는 다른 대선 주자의 방안에 대해 네거티브로 대응하거나 평가 절하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법이 왜 더 나은 방법인지를 꾸준히 설명하고 다른 이의 의견을 경청한다. 한 마디로, “누구의 방안이 가장 좋은 내일, 가장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부터 시작해서 대선까지 꾸준히 이어간다.

 

이렇게 하면 당연하게도 여러 가지 이야기거리가 만들어진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는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않고 즐겁게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여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문재인, 안철수 등의 중량급 인사와 여기에 추가로 손학규, 유시민, 이정희 등의 인사들이 참여하면 기사가 나오게 된다. 이것으로 과제 1과 과제 2가 달성된다.

 

이렇게 했을 때의 또다른 장점은 박근혜 위원장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야권 주자들의 이미지가 한 번 이렇게 긍정적으로 이미지가 박히게 되면, 조중동이 어떤 부정적 이야기를 해도 그 이미지가 꺾이기 어렵다. 이와 함께 앞서 말했듯이 차기 대권 주자가 박근혜 위원장으로 이미 굳어져 버린 새누리당으로서는 이에 버금갈만한 스토리텔링을 할 재료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게 되면 박근혜 위원장의 존재감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

 

결론

 

지금까지 이번 선거에서 발견된 문제점과 긍정적 요소, 그리고 민주 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한 필승 전략을 짚어 보았다. 민주 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은

 

1.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모두가 공감하는 키워드 설정

 

2. 설정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모든 민주 세력 인사들의 긍정적 경쟁

 

3. 이를 통한 다양한 스토리 텔링과 국민 감동

 

4. 나꼼수와 야권 정당 저격수들의 강력한 정권 비판

 

5. 이 모든 전략의 일관되고 효율적인 유지

 

로 요약된다.

 

과연 이 방법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이 방법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을 위해서는 현재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부 전술을 기획하고 주도할 인물을 선정하고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신의 대권 도전이 목표가 아니라, 국민에게 이 구호와 같이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가져다 주겠다는 신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국민은 욕심을 부리는 정치인이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국민에게 가르치려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을 원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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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v.daum.net/link/28072031?&CT=MY_RE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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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윤재 기자]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6000원대 LED전구가 등장했다. 삼성전자 LED사업부(구 삼성LED)가 만든 가정용 LED전구가 종전의 절반 수준 가격표를 달고 나타난 것.

해당 회사들은 일시적인 가격할인행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ED전구 업체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큰 폭의 가격인하를 단행해온 만큼 조만간 LED전구 가격이 만원 단위에서 천원 단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 한 이마트 매장에 6450원 짜리 7.2W 주백색 전구가 등장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만원대 초반에 팔리던 제품이 한달여 만에 반값으로 떨어졌다.

7.2W 전구색(오렌지색) 전구는 8450원에 판매 중이다. 이 제품 역시 기존에는 1만6000원 이상에 판매중이었다. 최소 1만원대에서 3만원대까지 고가를 자랑하던 LED전구 가격이 시중 매장에서 천원 단위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 가격에 대해 일시적인 행사가이며 조만간 다시 1만원대 가격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가격을 반값으로 낮춘 적이 없고 이마트 측의 판촉행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신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몇 개 품목만 할인행사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중 LED 전구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떨어져왔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올해 안에 다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백열전구에 비해 20배 이상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이 아직 지갑을 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라도 제품 가격이 천원 단위로 떨어지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필립스 등 주요 LED 전구 업체들의 판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추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 등 주요 LED전구 업체들이 LED사업의 시장 잠재력과 성장성을 높이 보고 최근들어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 역시 지속되고 있어 제품 가격 역시 하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이창환 기자 goldfish@이윤재 기자 gal-run@

출처: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04111241321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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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모음/경제 일반 2012. 4. 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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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고령화사회와 대응방안



이문호(한국노동혁신연구소)



1. 고령화: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동력?


“노동인구에서 나이든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 맞는 노동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노동조건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직장에서 젊은이들은 경험이 많은 고령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IG Metall 2002: 12)


독일 금속노조가 미래의 쟁점과 발전전략을 담은 '공격 2010'(Offensive 2010)이라는 선언문에서 나온 말이다. 다른 산업국가와 마찬가지로 노동력의 고령화는 독일에서도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외국에서의 이주자, 지금까지 활용하지 못했던 여성노동력의 노동시장 진입 등 몇 가지 요소가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추세를 막아줄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으나, 현재 나타난 지표를 보면 이를 반영해 주지 못하고 있다.

    

매년 20만 명의 외국이주자가 온다 하더라도 취업인구는 현재 4천 백만 명에서 2040년도에는 3천 4백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PIB 2001).

1993-98년 '조기퇴직프로그램'(Fruehverrentungsprogramme)에도 불구하고 55세 이상의 취업자 비중은 22%가 증가했다 (BA 2001).

출산율의 감소로 향후 10년 내에 국내 취업능력자는 10만 명이 줄어들고, 20년 후에는 60만 명이나 줄어들 것이다 (IZA 2001).


이 속에서 독일 내 기업의 고령화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아우디 자동차공장의 종업원 연령구조는 이를 잘 보여준다(그림1 참조). 1992-97년 사이 34세 미만의 종업원은 감소하면서 35세 이상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4세 미만은 3배나 줄어들고, 55세 이상은 반대로 거의 3배나 늘어났다. 이러한 고령화추세는 독일의 보편적 현상이다. 독일 내 기업 전체적으로 보면 앞으로 2-3년 내에 50세 이상의 종업원이 30세 미만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림2 참조).  


그림1) 아우디 자동차 공장의 연령구조 변화

                                                                                                            (출처: Buck/Reif 1998: 10)


그림2) 노동력의 연령변화(1950~2040)

(출처: Siemann 2001: 44)


이러한 고령화에 대한 논의는 이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나이가 들면 노동시간을 줄여준다거나 또는 휴가를 더 많이 주고, 건강진단을 자주 받게 하고, 야간노동에서 제외시켜 주는 등 주로 나이 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노트라인베스팔렌주 자동차산업에서는 45/50/55세가 되면 주간 노동시간이 36/35.5/35시간으로 줄어든다.

공공서비스 산업의 노동자들은 30이하/30-40/40이상이 되면 년간 휴가일수가 26/29/30일로 늘어난다.

항구노동자들은 55세가 되면 야간조에서 빠질 수 있다.

독일 텔레콤의 노동자들은 40세 이상이 되면 3년마다 (40세 미만은 5년마다) 정기 의료진단을 받는다.


이것은 사실 ‘병 주고 약주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젊어서 강도 높은 일을 시키고 나이가 들어 쇠약해지면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보호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호정책은 노동력 공급이 비교적 수월할 때 기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출산율 저하로 젊은 노동력의 공급이 줄어든 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기업이 앞으로 고령의 노동자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고령의 노동자를 활용하려면 그들이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한다. 노동강도가 높으면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 빨리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든 사람을 고치는 사후처리가 아니라 병이 들지 않도록 일찍부터 예방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달리 말해, 고령화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인간화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고령화의 문제는 나이든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해당된다. 노동력의 빠른 쇠진을 막고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도록 젊은 노동자들에게도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겪게될 것이다.

기업의 미래는 이제 고령의 노동자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고령자들이 생산주체자로서 적극적인 노동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보호’에서 ‘참여’로의 사고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를 위해, 앞서 지적했듯이, 노동력이 일찍 노쇠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처로서 노동의 인간화가 빨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인가? 모든 사회현상에는 모순적 양면성이 숨어 있듯이 고령화현상 역시 그렇다. 문제인 동시에 사회발전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 속에는 전반적인 노동의 인간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숨어 있다. 물론 이것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현상은 자연현상이 아니다. 행위자들의 주관적인 인식과 실천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에서의 고령화사회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처방안을 다루려고 한다. 먼저 다음 2장에서는 고령자의 배제와 보호의 의미가 강했던 과거 독일의 사회정책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간략하게 서술한 후, 3장에서는 그동안 지배적이었던 고령자에 대한 ‘결핍모델’의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목적은 고령자가 기업의 자원으로서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음을 밝히는데 있다. 다음 4장에서는 고령자들의 배제와 보호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를 가능케 하는 독일의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특히 가장 힘든 노동조건을 갖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조립공정에서 실시한 그룹작업의 한 예를 통해 컨베이어 시스템에서도 노동의 인간화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논의를 종합하면서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기술한다.  



2. 배제와 보호: 독일 사회정책의 문제


1996년 7월 독일은 연금생활에 대한 새로운 법(Gesetz zur Foerderung eines gleitenden Uebergang in den Ruhestand)을 제정하면서 연금수혜자(정년퇴직)의 나이한계를 60에서 65세로 높이는 것을 추진한다. 그 전까지는 조기퇴직전략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Rosenow 1996).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고령노동자들의 배제를 뜻하는데, 다음과 같은 기업의 기술 및 조직합리화와 관련이 있었다.


1980년도 이후 신기술(마이크로 프로세싱)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나이 든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적응력이 약했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신기술의 적응력이 높은 젊은 노동자들을 재교육하거나 외부시장에서 충원했다. 고령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급속히 퇴출 되기 시작했다.

또한 세계화에 따른 노동조직의 구조조정도 고령노동자들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었다. 조직의 유연성이 강조되면서 과거 관료제적 위계질서가 약화되고, 여기서 나이 든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상관의 위치와 역할이 축소되었다. 


이 조기퇴직전략은 독일의 사회안전망에 힘입어 비교적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기업에서 퇴출 된 사람은 연금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었다. 기업의 합리화정책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달리 말해, 기업의 내부적 문제가 사회로 무리 없이 외부화 되었고, 이로 인해 고령노동자의 기업 내 통합과 장기적 활용전략은 발전되지 않았다 (FES 2000).

그러나 고령화사회가 진전되면서 복지국가의 한계가 드러났다. 연금수혜자(고령노동자)는 늘어나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청년노동자)은 줄어들면서 재정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정년의 나이를 늘이는 법의 제정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추진된 것이었다. 노동력을 좀 더 오랫동안 생산활동에 참여시켜 고령화사회에 대비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3. 자원으로서의 고령자: 결핍모델의 오류


고령의 노동자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인식되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해서 배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기업의 자원으로서 활용할만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모순성이 발견된다.


소위 ‘결핍모델’(Defizit-Modell)이라 일컫는, 나이가 들면 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직장에서의 높은 위치는 보통 나이가 많은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고령자들이 청년에 비해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말해준다. 


결핍모델은 지금까지 지배적인 사고였다. 인간의 육체 및 지적 능력은 20대 중반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점차 떨어진다는 것이다 (Neumann 1994). 그리고 40대 후반이 되면 더 이상 사고의 전환이 어렵다고 본다. 보수적으로 굳어져 새로운 변화에 둔감하거나 거부한다는 것이다 (Lehr 1990).

이러한 ‘선입견’은 세계화와 정보화시대가 발전하면서 고령노동자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경쟁이 첨예화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혁신의 시대에 고루한 고령노동자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그들의 노동력은 가치를 상실하게 되고 보호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배제와 보호의 이중적 사회정책이 전개된 배경이다.

결핍모델이 맞는다면 기업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고령화사회가 점점 더 진전되어 가는 상황에서 기업은 앞으로 고령의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만약 이들에게 업무능력이 없다면 기업은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중요한 위치는 나이 든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결핍모델이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쾌클링(Koechling 1995)의 독일기업에 대한 경험적 조사에 따르면 지도, 통제, 조정, 계획, 작업준비 등의 영역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더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또한 선호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고령의 노동자가 기업의 자원으로서 활용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고령자는 어떠한 능력을 갖고 있는가? 이들의 능력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발전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고령화사회의 대처방안을 세우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여기서 최근 노화현상연구(Gerontologie)의 주요결과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결핍모델과는 달리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출발한다 (Neumann 1994/Lehr 1990/Olbrich 1990).


인간은 고령화되면서 일반적으로 업무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즉 ‘능력의 저하’가 아니라 ‘능력의 변화’가 일어난다. 능력을 발휘하는 범위가 달라진다.

노화현상은 각자 다르게 진행되며, 이에 따라 능력이 저하 또는 발전되는 영역도 개인적으로 다르다.

여기에는 개인의 직업 및 생활조건(작업환경, 스트레스, 소비 및 문화생활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노화현상은 생물학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작업조건, 사회, 경제, 문화적 요소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사회학적’ 현상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경험적 연구의 결과는 결핍모델을 수정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업무능력은 크게 신체와 인지능력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 두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노화현상연구에서 나타난 몇 개의 중요한 결과와 그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체적 변화 


근골격계, 시청각, 심장 등 인간의 신체구조는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차 그 기능이 약화된다.

그러나 위의 노화현상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는 나이에 따른 노화현상을 자연적인,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하면 신체의 기능이 고령의 나이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젊어서부터 예방적인 건강관리를 하게되면 나이가 들어서도 청년시절의 업무성과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심지어 부분적으로는 더 높아진 경우도 있었다 (Neumann 1994: 70-77).

이렇게 볼 때 노화현상을 생물학적 현상으로 간주하면서, 나이가 들면 의례 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보다 노동조건과 삶의 질 개선, 트레이닝 등을 통해 노화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고 노동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데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인지능력의 변화


신체적 변화에 비해 인지(Kognition)능력의 변화는 훨씬 더 복잡하다. 여기서는 이 능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심신운동, 지적 능력, 학습능력 및 동기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심신운동(Psychomotorik)은 외부자극에 대한 행동의 반응속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여기서도 나이에 따른 차이는 부분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지 그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지 손발의 반응속도, 예컨대 빠른 시간 내에 물건을 들어올리고, 나사를 돌리고, 기계를 다루는 행동에서만 고령자들이 늦게 나타났다. 그 밖의 사고 또는 언어적 반응, 예컨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의 속도와 정확성은 전혀 나이와 관련성이 없었다 (Neumann 1994: 77-78).

이것은 정보화시대에 고령자들의 노동력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오히려 과거 보다 더 많은 참여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기술발전으로 육체노동은 점차 줄어들고 또한 생산체계가 복잡하게 얽혀지면서 언어와 대화의 능력이 혁신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 능력(Intelligenz)에 대한 연구 역시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서는 ‘역동적’(fluid) 능력과 ‘정형적’(kristalline) 능력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후자는 여러 다양한 지식이 하나의 틀 안에 정형화되는 것을 말하며, 전자는 새로운 정보의 수용과 처리능력을 말한다. 달리 말해, 역동적 능력은 사고, 학습, 의사결정 등의 속도, 정형적 능력은 지금까지 배운 지식의 체계를 통해 상황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두 지적 능력 중, 역동성은 나이와 함께 줄어들고 있지만 정형성은 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예컨대 직업에 대한 체계적인 일반지식, 상황을 이해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이루는 ‘사회적 숙련’(soziale Kompetenzen)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나이가 들면 높아진다 (Neumann 1994: 78-83). 울브리히(Olbrich 1990: 138-139)에 따르면 이 능력은 비로소 40-50대가 되어야 최고조에 도달한다. 또한 과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경제적 조건, 교육제도, 사회, 문화적 환경 등으로 인해 인간의 지적 능력은 - 정형성 뿐만 아니라 역동성까지도 - 일반적으로 결핍모델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일찍 떨어지지 않고 매우 늦은 나이까지 유지하고 있다 .

어쨌든 고령자에게 유리한 정형적 능력에서 나오는 ‘사회적 숙련’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현재 진행되는 정보화로의 기술변화와 탈관료제화로의 조직변화를 위해 더욱 필요한 자질이다. 고령자들에게는 단순한 기술과 엄격한 분업체계에 맞는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기능적 지식보다는 전체체계의 관계 속에서 문제를 이해하는 ‘맥락적 지식’(kontextuelles Wissen)이 발전한다 (Olbrich 1990: 136-138). 이러한 자질이 바로 리더십을 높인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높은 위치를 고령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간의 지적 능력은 학습을 통해 늦은 나이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학습능력은 나이보다는 건강과 학습동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Neumann 1994: 85-86). 나이가 적더라도 건강하지 못하고 학습동기가 없으면 고령자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학습능력의 전제조건인 건강과 동기화를 위한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건강을 위해서는 노동의 인간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 필수적이며, 학습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내․외부의 노동시장에서 상향 이동의 기회 또는 고숙련화된 일자리가 넓혀져야 할 것이다.

이 밖에 집중력, 기억력, 유연성 둥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이에 따른 차이보다는 노동과 생활환경에 따른 개인적인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아래 <그림3>은 이를 나타내 준다. 나이가 들수록 일반적으로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직업과 여러 환경의 요소에 영향을 받아 개별적인 차이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기에 담겨있는 중요한 암시는 지적 능력과 학습동기를 유발하지 않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노화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며 숙련저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림3) 연령증가와 업무능력



전체적으로 최근의 노화현상연구는 결핍모델의 가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화현상을 생물학적 결정론의 시각에서 바라보는데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나이가 들면 신체 및 인지능력이 자동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문화, 경제적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오늘날의 50대와 지난 60-70년대의 50대와는 노화현상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대에서도 개인의 사회화 과정, 직업 및 생활조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물론 나이에 따른 차이를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나이든 사람의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청년과 고령자는 서로 다른 능력의 영역이 있다. 나이가 들면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기에 볼 수 없는 다른 능력이 발전된다. 노화현상의 연구결과를 이념형적으로 종합해보면 우선 다음과 같은 업무영역에서는 나이든 사람이 유리하다 (Buck/Rief 1998: 13-14).


체계적인 훈련과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업무

노동의 리듬, 과정 등이 자율적으로 처리되는 업무

기업전체의 연관성을 갖거나 비형식적(informell) 관계가 중요한 업무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복잡한 업무


반면 다음과 같은 영역은 고령자에게 불리하다 (Buck/Reif 1998: 13-14).


온도, 공기 등 물리적 환경이 열악한 업무

시간과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한 업무

자율성이 덜 요구되는 업무

육체적 긴장감과 집중력이 장기적으로 요구되는 업무


이렇게 볼 때 고령자와 청년의 서로 다른 능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조직은 더욱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의 노동력은 기업의 자원으로서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 배제와 보호의 소극적인 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동참여의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객관적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고령화시대가 계속 진전된다 해도 노동력 부족현상은 우려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고령자들을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잠재력이 유지․발전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예방조처를 통해 노화현상이 일찍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위의 노화현상연구에 담겨있는 실천적 의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건강과 숙련향상을 가능케 하는 노동의 인간화인데,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핍모델이 고령자의 업무능력을 과소 평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노화현상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고령자들의 능력이 청년 노동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FES 2000). 이렇게 본다면 결핍모델이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생물학적인 조건보다 노동조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 노동력 착취가 노화현상을 빨리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결핍모델이 현실적으로 맞는다면 그것은 아직 노동의 인간화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노동착취가 적을 수록 노화현상은 늦어진다. 저숙련 생산직 사원이 고숙련 사무직 사원보다 노화현상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부크와 라이프(Buck/Reif 1998)의 연구결과는 이를 웅변해준다.

이렇게 볼 때 고령화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인간화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출산율 저하로 젊은 노동력은 줄어들고, 노동착취로 기존의 노동자는 일찍 노쇠하게 되면, 앞으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노동의 인간화는 이제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당면과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산업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조립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조립공정은 산업노동에서도 단순반복작업, 짧은 작업사이클 등으로 노동조건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이 곳에서 일하는 상당수는 만성질환과 숙련저하로 인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연금생활에 들어가고 있다 (Huber 2002). 

이러한 시각에서 다음은 조립공정에 초점을 맞춰 독일 자동차산업의 그룹작업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 그룹작업은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를 결합하려는 목적을 갖고 도입된 것으로 고령화시대의 작업장 변화에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해 준다. 



4. 그룹작업(Gruppenarbeit): 독일의 대안


4.1. 도입배경과 특징


독일에서는 1990년도 초부터 그룹작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이것은 자동차산업을 선두로 전 산업에 확대되었다. 현재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는 그룹작업이 시행되고 있고, 전체 산업으로 보면 약 50-60% 정도가 도입되었다.

이 작업장혁신은 물론 처음부터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기술과 시장변화로 인해 그 동안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을 지배했던 테일러/포디즘의 효율성에 회의가 생긴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1980년도 이후 세계화로 경쟁은 첨예화되고 소비자 기호는 더욱 개인화 되어 가는 추세 속에서 포디즘적 대량생산방식은 위기를 맞이한다. 제품의 수명은 짧아졌다. 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신속히 개발해야만 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은 마이크로 전자공학을 이용하는 신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기술체계는 점점 복잡해졌고, 더불어 노동구조의 유연성이 필요해졌다. 테일러적 분업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장노동자들의 창의력과 합리화과정에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었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동기’가 중요해졌다. 현장노동자들이 생산합리화의 주체자로 재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과 기술의 복잡성 증가는 테일러/포디즘의 수직 및 수평적 분업체계의 약화를 가져왔다. 계획과 실행, 직접과 간접기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생산현장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었다. 이것은 노동조직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환될 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문호 2002: 8-9).


생산현장의 책임과 권한 증대 (분권화)

관료제적 통제체제의 완화 (탈위계질서화)

현장의 숙련향상과 문제해결 능력 강화 (기능통합)

노동동기 부여 (합리화과정에의 참여)


이것은 분명히 기존의 테일러/포디즘을 극복하고 노동의 인간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자본의 노동력 활용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착취를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가 결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널리 퍼졌다.

독일의 그룹작업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도입되었다.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는 모순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 둘을 결합하려는 의도 하에 도입된 것이다. 물론 그룹작업은 1990년도 초 토요다 또는 ‘린(lean)생산방식’의 논의와 더불어 세계적인 관심을 갖게되지만 (Womack/Jones/Roos 1990), 위에서 언급한 책임과 권한의 증대, 위계질서 타파와 자율성, 기능통합의 확대, 노동동기 등 노동의 인간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독일의 그룹작업이 이보다 훨씬 더 앞선다. 이에 따라 린생산방식적 그룹작업을 ‘구조보수적’, 독일형 그룹작업을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문호 2002: 12-16). 세부적인 주요 실천사항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다음 <표1>과 같다.


표1) 린생산방식형과 독일형 그룹작업의 차이점

 

린생산방식형(구조보수적) 그룹작업

독일형(구조혁신적) 그룹작업

직접업무

순환, 인력투입 유연, 작업범위 제한적

순환, 인력투입 유연, 작업범위 넓음

간접업무

작은 범위 : 전문가에 의존

넓은 범위 : 그룹에 최대한 통합

자율성

제한적 : 기능장(Meister) 또는 그룹장에 결정권 집중

확대 : 계획․관리 업무 그룹 공동으로 결정

그룹장

특별한 위치 : 위에서 임명, 통제와 지시 권한

그룹구성원과 동등한 위치 : 그룹에서 선출, 조정자 역할

그룹토의

테마제한 : 기업정보 교류와 생산성문제에 국한

테마자유 : 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선정

개선활동

표준화를 목표 : 노동과정의 최적화

유연성 제고 : 사회기술적 체제의 최적화

*) Gerst(1998/2000)에서 재구성



위에서 보듯이 독일형 그룹작업이 노동의 인간화에 더 혁신적인 경향을 띄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노동조직으로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노동의 인간화는 노동력의 빠른 쇠진을 막아주어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2. 조립공정에서의 한계와 가능성


독일의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이 노동의 인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는 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일반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는데 있다. 그룹작업으로의 조직적 변화가 의도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조건이 필요하다. 여기서 특히 생산공정의 기술화 정도가 문제가 되는데, 이는 지난 1950-60년대 ‘사회기술적’(sociotechnical) 체계론에 입각하여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그룹작업을 실험적으로 도입했을 때 지적된 것이기도 하다 (Kern 1979).

조직과 기술은 상호 연관성을 갖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조직의 변화는 기술적 변화 없이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기술의 변화는 조직적 변화가 뒤따라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의 그룹작업의 도입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예컨대 자동차산업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과 자동화가 많이 진척되어 있는 가공과 차체공장에서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이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구조도 탈테일러화의 경향을 가장 많이 보인다 (Gerst 1998). 반면 조립공정은 기술화 정도가 매우 낮다. 아직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컨베이어 체계 속에서 단순 반복노동의 테일러적 노동구조가 지배적이다.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이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Kurz 1998).

이렇게 조립공정은 작업조건을 개선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곳이며, 따라서 고령화시대에 가장 큰 문제가 된다. 후버(Huber 2002a: 67)의 조사를 보면 조립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가장 많이 시달리고 있으며, 정년까지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로, 그들 대다수가 인터뷰에서 “50세 이상이 되면 여기에서 더 이상 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말했듯이, 기술적인 제약, 즉 컨베이어에 의한 흐름생산이 노동구조의 변화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작업자들은 짧은 작업사이클에 얽매어 시간과 공간의 엄격한 통제아래 놓여있어 다른 어느 곳보다 육체 및 정신적인 부담이 크게 가중된다.

여기서는 그룹작업이 도입되어 직무순환(Rotation)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는 없다. 대부분이 저숙련 수작업이기 때문에 이른바 ‘3D' 육체노동이 단순히 양적으로 확대 또는 분배되는 것에 불과하다. 거의 동일한 내용의 일이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느끼는 업무부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러한 곳에서 말해지는 숙련향상은 단지 몇 개의 단순반복작업이 부과되는 것으로 노동의 질적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조립라인의 작업자들이 많은 경우 직무순환을 거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이 가져다 주는 작업개선의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체공학의 기술발전과 자동화는 ‘3D' 노동을 많이 감소시켰다. 조립공정에서도 물론 이러한 기술이 도입되긴 했지만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다. 아직도 컨베이어 시스템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조립공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엄격한 시․공간적 종속에서 작업자들이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컨베이어의 흐름생산이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Juergens 1997/Springer 2000). 그동안 ‘섬’(Insel) 또는 ‘박스조립’(Boxenmontage) 등 여러 형태의 대안이 제시 내지 시행되었으나, 이러한 방식은 중간재고, 운반도구 등 설비와 간접비용 및 생산시간이 많이 든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선호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조립공정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제거한다는 것은 당분간은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조립라인의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조립공정에서는 노동의 인간화가 전혀 불가능한 것인가? 50세가 되면 결국 회사를 떠나 보호의 대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작업장 혁신은 다양한 기능들이 그룹에 통합될 때 가능하다. 보전, 품질, 물류 등의 간접기능 뿐만 아니라 작업설계, 노무인사 등 계획․관리의 기능이 그룹에 이양되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때 작업자들은 흥미를 느낀다. 이것이 노동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숙련향상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숙련화란 수평 및 수직적 기능을 통합하는 업무범위의 포괄적인 확충을 말한다. 그런데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존하는 조립작업에서는 바로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조건이 제한되어 있다. 

프릴링(Frieling 1997: 288-289)에 의하면 현재 단순반복의 조립작업을 80%로 줄이지 않으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작업자들은 작업시간의 최소한 20%는 컨베이어에서 떠나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노동의 인간화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조립공정에서 이것이 가능한가? 만약 가능하지 않다면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조립공정의 작업장 혁신은 말뿐인 셈이다.

여기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의 한 모터 조립공장에서 시행한 그룹작업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제한된 기술적인 한계 속에서도 조직의 변화를 통해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최소한의 ‘20%’는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Gerst 1998: 72-76).


■ 다임러 크라이슬러 모터 조립공장의 사례


이 모터 조립공장의 택타임은 2분이다. 다른 조립공장과 마찬가지로 간접기능의 업무나 동료들 간의 상호 지원이나 협력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다 1990년 중반 경영진과 ‘노동자평의회’(Betriebsrat)는 그룹작업을 도입하기로 합의를 본다. 이를 위해 우선 기능장(Meister), 인사관리자, 노동과학 전문가, 노동자평의회의 대표자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그룹작업의 설계, 목표를 세우고 경영진과 일반 작업자와의 정보교환을 위한 워크숍 및 그룹작업에 필요한 숙련교육을 실시했다. 준비 6개월 후 작업장은 6-9명으로 구성되는 그룹작업으로 개편되었다.

그룹장(Gruppenspraecher)은 그룹구성원들에 의해 선출되었다. 위에서 임명되지 않았다. 그룹장은 지시와 통제권한을 갖는 ‘상관’의 지위가 아니다. 일에서 면제되지도 않는다. 다른 그룹구성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룹대변자의 역할을 맡는다. 이해관계의 조정, 작업계획, 작업분배, 인원배치 등의 관리업무는 그룹토의를 거쳐 공동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개선활동’(KVP: Kontinuierlicher Verbesserungsprozess)을 통해 작업자들이 자신의 작업방식을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학습의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였다. 전체적으로 그룹의 자율성이 매우 높다. 이와 함께 조립라인에서의 체계적인 직무순환이 이루어졌다. 아래 <그림4>에서 보는 2단계이다.

그런데 이 그룹작업에 대한 작업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단지 13%만이 그 전에 일하는 상황보다 나아졌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컨베이어의 속도에 예속된 비슷한 노동강도의 작업을 순환하는 것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숙련향상, 즉 노동의 질적 발전이 일어나지 않고 작업자들은 단지 강도 높은 저숙련작업 사이를 오갔기 때문이다. 그룹의 자율성이 높다하더라도 상이한 기능의 다른 업무가 그룹에 통합되지 않으면 작업순환이 노동의 인간화에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서 한가지 강조해야 할 것은 있다. 숙련향상이 없는 저숙련작업 사이의 순환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났다는 것이다. 신체공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근골격계에 가장 해롭다고 한다 (Huber 2002b: 51). 아무리 쉬운 작업이라 해도 계속해서 그 일만 하게되면 신체가 불균형하게 발전되어 건강에 큰 장애가 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렵고 쉽고, 일어서고 앉고, 머리를 들고 내리고, 긴장감과 느슨함이 교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업순환은 어떠한 경우에나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비슷한 수준의 강도나 숙련이 아닌 뚜렷이 다른 업무사이에서 일어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여기서 위의 모터공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른 업무기능을 그룹에 통합시켰다. 이것이 <그림4>에서 보는 3단계이다. 보는 바와 같이 최종검사 업무가 그룹에 통합됐다. 라인의 끝에서 모터의 조립상태를 검사하고 수선하는 2명의 작업자가 그룹에 편입된 것이다. 또한 자재배치와 PC에서 부품을 주문하던 물류작업자도 그룹구성원이 되었다. 이제 그룹에서 수행하는 일은 라인조립의 한 가지 기능에서 최종검사와 물류가 포함된 세 가지 기능으로 넓혀졌다. 그룹의 책임과 권한의 범위가 그만큼 확대된 것이다.

이 3단계로의 이행은 2단계로부터 9개월, 즉 그룹작업 도입 후 총 15개월이 걸렸다. 이로서 처음 5명의 라인작업자간에만 이루어지던 순환이 8명으로 늘어났고 동시에 최종검사와 물류작업까지도 로테이션에 포함되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최소한 제품검사와 물류작업의 차례가 돌아올 때 컨베이어의 속도로 인한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기적으로 컨베이어에서 떠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다기능화’, 즉 노동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숙련향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 작업자들은 76%가 그룹작업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64%가 그러한 그룹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의 직업적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평가했으며, 70%가 작업이 전 보다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Gerst 1998: 74).



그림4) 조립공정에서의 구조혁신적 그룹작업


1단계 : 출발점











2단계 : 6개월 후












3단계 : 15개월 후











이 사례는 조립라인에서도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컨베이어에 의한 기술적 제약으로 한정적이긴 하지만 자재검사․요청 및 운반, 품질검사, 수선, 보전, 작업준비 등 가능한 주변의 지원업무를 그룹에 통합시키는 조직변화를 통하면 노동의 인간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물론 갈등도 야기되었다. 간접업무를 수행하는 작업자들은 생산라인의 직접작업자들과 한 그룹에 편입되어 로테이션 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시․공간적으로 여유를 갖고 있었다. 업무순환으로 라인작업에 들어가는 것에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갈등을 해결하는데는 그룹작업의 성과프리미엄을 주는 기업의 물질적 유인정책도 작용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노동자평의회와 노동조합의 계몽이었다. 노동자평의회는 그룹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워크숍을 개최했다. 여기서 그룹작업을 통해 업무부담의 공평한 분배와 평등한 건강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노동자연대가 중요함을 일깨웠다. 금속노조는 이를 적극 지원했다. 전체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룹작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설득함으로서 작업분배를 둘러싼 노-노 갈등을 무마시켰다.

이는 전체적인 노동의 인간화를 위해서는 작업자들의 개별적인 업무이기주의를 약화시키고 모두의 숙련향상을 위한 연대의식을 높여야하며, 여기에 노조가 적극 나서야 함을 뜻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의 인간화는 일부 작업자에게만 해당될 것이며, 조립라인에서의 테일러적 노동구조는 극복되기 힘들 것이다. 숙련과 노동조건의 차이는 심화될 것이며, 이러한 구조적인 불평등은 - 지금까지 그랬듯이 - 개인의 건강도 불평등하게 만들 것이다. 이 속에서 대다수의 노동자는 빠르게 노화현상을 겪게된다.

여기서 건강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을 언급해야만 하겠다. ‘건강’이라고 하면 흔히 육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를 떠올린다. 그러나 건강은 이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을 “육체적, 심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안락한 상태”(Huber 2002b: 49)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의 건강은 육체적 건강을 넘어 심리 및 정신적 건강과 균형상태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장점이 이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인간의 심적 또는 정신적 안락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주변의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협력적일 때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 타인과의 대화와 협력적인 ‘분위기’가 육체적인 피로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버(Huber 2002b: 50)의 인터뷰조사에서 한 고령자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마 동료들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자기만을 위해 일하지 말고 서로 돕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협동적인 ‘조직문화’가 심신의 건강과 노동만족도를 높여 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위에서 예를 든 모터공장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그 그룹작업의 3단계 실시 이후 약 60%가 그 전보다 동료들간의 상호협력이 잘 이루어진다고 대답했다 (Gerst 1998: 74). 이것은 상이한 기능을 갖는 업무가 순환되면서 숙련향상을 위해 서로 배우고 돕는데서 나온 결과이다. 이들은 서로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개선점을 공동으로 찾아나간다. 개선활동과 그룹토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학습과 노동동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서 언급한 76%의 높은 노동만족도는 여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룹구성원들간의 이타적인 사회적 관계가 노동만족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독일의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은 전체적으로 기능통합적 숙련향상을 통해 학습과 노동동기를 부여하면서 심신의 건강에 기여하는 작업형태의 본보기이다. 달리 말해 숙련, 동기, 건강이라는 3요소가 하나의 연관된 체계 속에서 노동의 인간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림 5). 이것이 빠른 노화현상을 막고, 늦은 나이까지 업무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에서는 그룹작업이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작업장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림 5) 고령노동자를 위한 노동의 인간화의 삼위일체












5.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 노동의 인간화


고령화사회에 대한 독일에서의 최근 논의는 전체적으로 고령자를 노동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적극적으로 노동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그 논의가 작업장혁신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업장에서의 노동의 인간화가 고령화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대처방안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우선 다음과 같은 상황인식에서 비롯된다.


조기퇴직 정책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자를 배제시키고 보호하는 기존의 사회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취업인구는 고령화되어가고, 젊은 노동력 공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앞으로 고령노동자들을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상황인식에서 노동의 인간화가 필요하다는 전체적인 정책방향의 패러다임이 형성된다. 


고령자들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젊어서부터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한다. 노동착취는 노동력을 일찍 쇠진시켜 나이가 들면 일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럴 경우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겪게될 것이다. 노동의 인간화는 고령화시대를 대비하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우리는 노동의 인간화가 이제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생산활동이 점점 더 고령자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노동력이 일찍 쇠약해지면 기업 또는 국가경쟁력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노동의 인간화는 미래의 경쟁력을 위한 예방조처다. 경제발전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물론 독일에서 고령자들의 노동참여만을 강조하고 보호조치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배제와 보호라는 사회정책의 이중성에 대한 한계를 비판하고, 이러한 정책으로는 고령화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고령자에 대한 노동시간의 단축 및 파트타임, 주․야간 교대작업에 대한 배려, 정기 종합진단의 횟수 및 휴가일수 증가 등 다양한 보호정책은 계속 논의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고령자의 노동참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업무능력에 대한 선입견이 불식되어야 한다. 사회정책이나 노동시장의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기업의 자원으로서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 동안 널리 퍼져있었던 소위 ‘결핍모델’의 오류를 수정하게 만든 최근의 노화현상연구의 다음과 같은 결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노쇠하여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일반화될 수 없다. 나이와 함께 능력저하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의 변화가 일어난다. 청년시절과는 다른 능력이 발전된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맥락적 지식'이 발전되는데, 이로 인해 '사회적 숙련', 즉 대화와 협동능력이 높아진다. 이것은 현재 노동 및 산업구조가 점점 더 복잡하게 연결되어 가는 상황에서 더욱 요구되는 자질이다. 게다가 계속되는 기술발전으로 고령자에게 불리한 육체노동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고령자에 대한 교육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불어 이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직무분석과 체계를 세우는 것이 요구되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또한 나이에 따른 상이한 능력이 결합되어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팀 또는 조․반의 인원을 연령별로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화현상연구가 주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의미는 노화현상을 생물학적 개념보다는 ‘사회학적’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에서 비롯된다.


노화현상은 개인적으로 차이가 크다. 나이가 들수록 개인들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업무능력의 차이는 크게 달라진다.


이것은 사회적 환경의 개선을 통해 노화현상을 막고, 업무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노동조건이다. 즉 노동조건이 좋은 곳에서 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노화현상이 훨씬 늦게 일어난다. 만약 현재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보다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결핍모델’이 맞아서가 아니라 노동의 인간화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산업노동, 그 중에서도 조립공정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노화현상을 누구보다 빠르게 겪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가장 좋은 방법은 신체공학 또는 자동화기술이 발전․도입되어 컨베이어 시스템을 제거하고 단조롭고 반복적인 수작업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조립공정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중/단기적으로는 조직의 변화를 통해 노동력의 빠른 쇠진을 막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독일의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은 기술적 제약으로 한계는 있지만 조직의 변화를 통해 조립라인에서도 노동조건을 어느 정도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과 같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룹구성원들간 작업순환은 어느 경우에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신체에 가장 해로운 것은 단순반복 작업이다. 그것이 아무리 쉬운 일이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신체가 불균형하게 발전된다. 여러 근육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순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작업속도, 공간, 숙련 등에서 차이가 뚜렷한 업무간에 이루어질수록 그 효과는 커진다. 즉 물류, 보전, 품질검사, 수선 등 상이한 기능의 주변업무가 가능한 한 그룹에 많이 통합되어 순환될 때 작업자들은 신체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는 컨베이어의 시․공간적 압박에서 정기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다기능화’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말 그대로 상이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한 (직접)기능 내에서 비슷한 (저)숙련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간접, 계획, 관리 등 뚜렷이 다른 기능을 가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능통합적 숙련화는 또한 작업에 대한 흥미와 학습동기를 유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관계의 발전 역시 작업자들의 건강에 크게 이바지한다. 기능통합적 그룹작업에서는 숙련향상과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그룹토의가 활성화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대화와 협력의 ‘가족적인’ 작업분위기는 구성원들에게 심적, 정신적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건강증진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독일의 구조혁신적 그룹작업은 조직개편을 통해 조립공정에서도 노동조건이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화시대에 생각해 볼 만한 작업방식 중의 하나다.     

이러한 작업방식이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현재 조․반체제가 전면적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인적구성, 직무 및 임금체계, 조․반장의 역할 등에서 커다란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기능화를 위한 지속적인 숙련교육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고, 작업자들간 이해관계의 조정도 결정적인 요소 중의 하나다. 이 점에서는 특히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조는 작업자들의 업무이기주의를 막고 노동의 인간화의 3대 요소인 건강, 숙련, 동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우리는 마지막으로 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지난 1980년대 이후  ‘포스트-포디즘’ 또는 ‘포스트-테일러리즘’에 대해 많이 논의되어 왔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고,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가 결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요 원인으로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들었다. 그러나 이후의 발전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세계화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의 확산은 노동의 인간화를 방해했다. 결국 기술과 시장의 변화는 기대한 만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고령화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는가? 앞으로 노동력을 장기간 활용해야만 하고, 때문에 노동의 인간화가 필수적이라면, 고령화 사회의 도래는 노동력 착취의 종말을 예고하는가?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 사이의 모순적 관계가 이제 극복되는가? 좀 더 크게 말하면, 고령화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열려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령화가 자본주의 발전단계에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이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이론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거칠게 예측해 보면, 한편으로는 고령화가 노동의 인간화를 위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의 파괴적 이동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즉 노동의 인간화 대신 한 사회에서 노동력을 강도 높게 사용한 후 고령화되면 젊은 노동력을 찾아 다른 사회로 이동하는 ‘떠남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고령화가 경쟁력과 노동의 인간화를 결합하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변수로서 작용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것은 행위자들의 상황인식과 실천에 달려있다. 노조, 기업, 국가가 고령자들을 중요한 경쟁력의 자원으로서 인식하고 적극적인 노동참여의 정책을 개발하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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