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모음/경제 일반 2012. 3. 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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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conomist를 읽다가 최고소득세율을 어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느냐에 관해 최근 나온 재미있는 논문이 하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무엇인지 몰라 애를 태우던 중 다행히 Google Scholar 검색을 통해 그 논문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내가 전공하는 재정학에서 '최적조세이론'(optimal tax theory)이라는 영역에 속하는 연구 논문인데, 2011년에 쓴 working paper라 아직 저널에 출판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들이 너무나도 쟁쟁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분석에 상당한 신뢰가 갔습니다.
Piketty(Paris), Saez(Berkeley), Stantcheva(MIT) 세 사람이 쓴 논문인데, 그 중 Saez는 경제학의 올림픽 금메달이라 할 수 있는 J. B. Clark medal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들은 1975년 이래 18개 OECD 국가에서 최고소득세율 인하와 상위 1%의 소득 증가가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즉 최소소득세율이 인하되면서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와 같은 최고소득계층의 소득 증가가 무엇 때문에 가능했는냐는 것이지요.
일부 보수적 경제학자는 최고소득세율의 인하가 최고소득계층의 근로의욕을 북돋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자들이 감세정책을 옹호하는 논리적 근거로 사용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자들은 1975년 이래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었지만 그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감세정책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최상위소득계층의 소득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영국과 미국의 경우에는 trickle-
down이 아니라 trickle-up이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즉 감세정책이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줄여서 부유층에게로 재분배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해석입니다.

저자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에서는 최고소득계층의 약진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과 영국은 어떤 이유 때문에 최고소득계층의 소득 증가폭이 훨씬 더 컸느냐는 의문이 자연히 따르게 되겠지요.

그들은 이것이 바로 Reagan과 Thatcher의 유산이라고 해석합니다.
즉 1980년대 이 나라들에서 몰아친 Reaganomics와 Thatcherism의 열풍(저자들은 그것을 'conservative revolution'이라고 부릅니다)이 그런 결과를 빚었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 보수 혁명이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보수의 불평등을 억제하는 기제를 약화시킴으로써 최고소득계층의 약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Reaganomics와 Thatcherism으로 대표되는 부자감세 정책은 가난한 사람의 몫을 부유한 사람으로 넘겨주는 데 그쳤을 뿐,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최적소득세율에 대해 내린 결론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할 때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최고소득세율은 미국의 경우 83%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수준의 거의 두 배까지 올려도 무방하다는 결론이지요.
최고소득세율을 깎아주기는커녕 더 높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지요.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최고소득세율을 꼭 그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수준으로까지 올려도 무방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입니다.
그러나 최고소득세율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론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조정의 방향, 즉 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최고소득세율을 올릴 여지가 있다는 것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늘 지적하는 것이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의 감세정책에 대한 맹목적 애정은 거의 눈물 겨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이론적 근거도 없이 세금만 깎으면 무조건 경제성장이 촉진될 것이라고 부르짖는 셈이지요.
더군다나 1980년대에 이미 실패로 끝난 실험을 뒤늦게 우리나라에서 다시 반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직도 부자감세 정책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는 아래의 논문을 직접 읽고 반론이 있으면 떳떳이 밝혀 보기 바랍니다.

T. Piketty, E. Saez, S. Stantcheva, "Optimal Taxation of Top Labor Incomes: A
Tale of Three Elasticities," NBER Working Paper No. 17616, November 2011.

출처: 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page=1&id=13229&limit&keykind&keyword&bo_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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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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