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모음/경제 일반 2014. 1. 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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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보미 기자의 수익형 부동산 상담 체험기
과장·눈속임 난무하는 야바위판이 따로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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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진화하고 있다. 인기가 시들해진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의 자리를 분양형 호텔, 지식산업센터, 서비스드레지던스 등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건설회사의 마케팅도 더 현란해지고 있다. 약속하는 투자수익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확정수익률 보장제' 같은 혜택도 내걸리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이 은퇴한 노인에게는 든든한 연금이, 소득이 적은 직장인에게는 제2의 월급이 돼준다는 달콤한 말은 정말일까. < 한겨레21 > 이 직접 투자 상담을 받으며 사실 여부를 따져봤다.

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내 통장으로?

'수익률 연 18%'. 최근 분양 중인 수익형 부동산의 광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외국인 전용 오피스텔'의 모델하우스를 지난 1월15일 찾았다. 이 오피스텔은 내년 10월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지만, 모델하우스는 서울 서초구 한복판에 있었다.

상담석에 앉자마자, 분양대행사 소속으로 보이는 한 직원이 대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부터 꺼냈다. "며칠 전 올해 방위비 분담금이 9200억원으로 결정됐다는 기사 보셨죠? (이 오피스텔에 투자하면) 그게(방위비 분담금이) 고객님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는 거예요."

투자자가 떠안아야 하는 5억원 남짓의 빚은 나 몰라라였다. 임대 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더라도, 언젠가는 원금까지 갚아야 할 부채였다. 필요할 때 팔리지 않거나 가치가 떨어질 경우를 상상하니 아찔했다.

오피스텔 투자에 웬 방위비 분담금? 내 얼떨떨한 표정을 읽은 직원이 그제야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2016년까지 주한미군과 가족 등 8만 명이 평택으로 이전하거든요. 부대 인근 임대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겠죠. 우리 세금(으로 조성된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런(미군 임대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대료 떼일) 부담이 전혀 없어요."

한국 정부가 보증해주는 방위비 분담금이 임대 수익원이라니, 솔깃했다. 게다가 직원이 부른 임대료는 매우 높았다. 전용면적 59.71㎡(약 18평)에 방 두 개짜리 오피스텔의 한 달 임대료는 175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그는 모델하우스 벽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2013년도 미군 계급별 주택 수당 명세표'를 가리켰다. "지난해(2013년) 우리나라로 치면 이병인 미군의 렌트비(주택임대수당)는 한 명당 141만3천원이었어요. 관리비와 공과금 70만원 빼고요. 지금까지 이 수당이 연평균 11%씩 올랐으니까, 우리가 임대를 시작하는 내년에는 미군 한 명당 주택 수당이 적어도 175만원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한 달에 175만원을 받아도 전혀 무리가 아니에요."

그의 설명대로라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투자였다. 그러나 국방부에 확인한 결과 '거짓말'이었다.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세 가지로만 쓰인다.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다. 주한미군의 주택임대수당은 미군이 부담하는 항목이라서, 우리 방위비 분담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물론 우리 정부는 미군의 주택임대수당이 얼마이고, 앞으로 얼마 오를지도 전혀 알 수 없다."

백번 양보해 고수익 약속만 지켜준다면, 수익 구조를 일부러 틀리게 설명했더라도 살짝 눈감아주리라. 홍보책자에서 '대한민국 1등 수익률'이라고 자신하지 않았던가. 직원이 설명한 연 18% 수익률의 계산법은 이렇다. 오피스텔 한 채의 분양가는 2억3800만원이다. 그러나 시행사의 알선으로 70%(1억6660만원)까지 대출을 받으면, 실제로 투자금은 7140만원만 들어간다. 이 돈을 투자하면 연간 2098만8천원(2015년 추정 주택임대수당 174만9천원×12개월)의 임대 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대출 이자(연 4.5%) 749만7천원을 빼고 나면 투자자는 연 1349만1천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실투자금(7140만원)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연 18.89%다.

빚 얻고, 세금 안 내야 가능한 수치

그러나 절반만 맞는 계산이다. 만약 대출 없이 오로지 투자자의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면 실투자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수익률은 연 8.81%로 반토막 난다. 취득·등록세와 종합소득세 같은 세금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 그러나 '연 18% 수익률'이 빚은 최대한 지고 세금은 전혀 내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신문에 실린 광고나 직원의 상담 중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위험한 투자'라고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투자가 처음이라 안정성이 우선이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도 직원은 내 투자 성향을 무시한 채 무리한 투자를 유도했다. 내 투자 수익률을 올려준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자신들의 분양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뻔히 보였다. "중도금 무이자니까 계약금 10%(2380만원)만 있으면 한 채를 분양받을 수 있잖아요. 3채 해도 실투자금은 7500만원이거든요. 그러고 1년에 4천만원이 넘는 수익이 생기잖아요. 대출 안고 가면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거예요." 3채를 분양받을 경우 투자자가 떠안아야 하는 5억원 남짓의 빚은 나 몰라라였다. 임대 수익으로 대출 이자는 감당해나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투자자가 원금까지 갚아야 할 부채였다. 나중에 제때 오피스텔이 팔리지 않거나 가치가 떨어질 경우를 상상하니 아찔했다.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공실' 가능성을 따지듯 물었다. 직원은 예상했다는 듯 여유롭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준공 뒤 2년간은 시행사가 매달 임대 수익에 맞먹는 170만원가량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만에 하나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 종잇조각이 될 '수익증서'였다. "2년 뒤엔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엔 "인상된 월세로 지속적인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장담만 반복했다.

왜곡된 정보와 부풀려진 수익률이 이 오피스텔만의 얘기는 아닐까. 같은 날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2015년 10월 제주도 조천읍 함덕리 해변에 세워질 예정인 관광호텔이었다. 분양형 호텔 투자는 시행사가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투자금을 모아 호텔을 지은 뒤 객실을 분양해주면, 투자자는 다달이 운영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에도 분양대행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은 분양형 호텔 투자가 나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호텔은 원래 개인이 투자를 잘 못해요. 그런데 제주도는 관광객이 (연간) 1100만 명까지 늘어나니까 특별법을 만들어 한시적으로 개인도 호텔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해준 거예요. 거기에 우리가 빠르게 발을 맞춘 거고요."

그러면서 그는 호텔이 들어설 입지에 대한 자랑이 깨알같이 적힌 홍보책자를 쓱 내밀었다. '제주시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함덕 해변과 가장 가까운 거리, 제주공항 15분!' '1일 5만여 명 수요의 풍부한 관광객 확보!' 제주가 고향인 까닭에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역시 부정확한 정보였다. "함덕의 최대 관광지는 함덕해수욕장이다. 여름 성수기 주말이라고 해도, 하루 관광객이 2만 명 넘는 날이 며칠 안 된다. (하루 5만 명 관광객을) 어떤 기준으로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장된 것 같다. 제주공항에서 함덕 해변까지는 자동차로 40분은 걸린다." 조천읍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지 출신인 나한테 감히 약을 팔아?

광고에 적힌 '연 11% 수익률'도 '그들만의 계산'이었다. 45.77㎡(약 14평)의 호텔 객실을 1억8313만원에 분양받는다. 대신 빚을 60%(1억988만원)까지 낸다. 실투자금은 7325만원만 들어간다. 연간 1345만원(약 112만원×12개월)의 운영 수익에서 대출 이자(연 5%)로 549만원가량이 나간다. 그러면 순투자수익률은 실투자금 대비 연 10.8%가 나온다. 그러나 빚을 내지 않으면 수익률은 연 7.3%로 쪼그라든다. 여기에서 취득·등록세와 종합소득세 등 세금을 떼면 수익률은 연 5%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시행사도 수익증서를 발행해 처음 1년간은 약속한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했다. "한 번에 5년간 계약할 수도 있지만 바보 같은 일이에요. (연 11% 수익은) 가동률 50%, 1일 숙박비 8만원으로 계산한 거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가동률과 숙박비는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1년마다 재계약해야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겠죠." 투자자에게 1년 이상 확정 수익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였다. 1년 뒤 객실 가동률이 더 떨어지면 수익률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는 뒤따르지 않았다.

"가족과 투자를 고민해보겠다"며 일어서자, 직원이 다급해졌다. "지금 좋은 (객실) 호수가 몇 개 안 남았어요. 계약은 하루 뒤에 하더라도 일단은 청약예치금 300만원(서울·85㎡ 이하)을 내서 호수라도 지정받으세요. 신용카드도 돼요."

상담을 받고 돌아온 뒤에도 며칠간 직원으로부터 "바다 조망(이 있는 객실의 분양)이 다 마감됐는데 오늘 회사 보유분 한 개가 나왔으니 꼭 잡으시기 바란다"는 투자 권유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수시로 날아들었다. "한 달 만에 (269실 가운데) 85%가 분양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던 직원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 구조는 날로 복잡해지고 있지만, 투자 권유는 이렇게 낡은 방식 그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불안전판매를 넘어 사기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사탕발림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안전장치는 여전히 없었다. 다달이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베이비부머나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재테크 수단을 찾는 직장인이 목돈을 날리기 쉬운 구조다.

사기 분양과 무엇이 다른가

문영호(31·가명)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대형 상가 분양 계약을 맺었다. 전용면적 6.6㎡(약 2평), 9.9㎡(약 3평)짜리 점포 두 개를 총 2억6천만원에 분양받으면 5년간 연 10%의 확정 임대 수익을 준다는 시행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한 달 200만원은 가족의 든든한 수입원이 될 터였다. 퇴직한 뒤 생활비를 걱정하던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러고는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계약금과 중도금 1억700만원을 치렀다. 그러나 시행사가 약속한 잔금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사가 앞서 상가를 분양받은 다른 투자자들과 수익률 문제로 분쟁을 벌이는 바람에 금융권이 대출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다른 피해자들을 보니 시행사가 지급한 한 달 임대 수익 중 점포 임대료는 20%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투자자가 낸 분양대금에서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만큼 분양대금을 턱없이 비싸게 받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5년의 수익 보장 기간이 끝나면) 월세는 투자금 대비 연 2%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 지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특별히 무모하지도, 부주의하지도 않았다. 화려한 포장 뒤에 감춰진 수익형 부동산의 함정엔 누구나 빠질 수 있을 듯 보였다. 나도, 당신도.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출처: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130143009294.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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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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