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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구전략 논란 – 아직은 시장의 과민반응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커졌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시장 금리는 치솟고 있고, 외국인은 이머징마켓 전반에서 주식을 팔고 있다. 모두 미국이 조기에 출구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은 시장의 과민반응이라고 본다. 5월 27일 字 칼럼 ‘미국이 출구전략을 쓴다면?’에서 논의한 것처럼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빨라도 올해 말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때 어떤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미국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금융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출구전략이 가져 올 변화① – 채권에는 장기 악재, 주식에는 단기 악재


미국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미국 금리는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도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시행과 더불어 채권 버블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 채권 투자자에게는 분명한 악재이다.


주식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다. 채권 버블이 붕괴되면, 기대했던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이동(great rotation)’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도 금리 상승 초기에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금리와 주가는 동시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적어도 작년 이후 미국 경제만을 놓고 보면, ‘경기 호전과 저금리’라는 조합이 유지됐다. 경기는 확연히 회복되고 있지만, 정부의 부채 부담 덕분에 금리가 인위적으로 낮게 형성됐던 것이다. ‘경기 호전과 저금리’는 ‘경기 호전과 금리 상승’보다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왔다.


특히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된 요즘과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 주식시장도 금리 상승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S&P500 지수의 PER은 최근의 상승으로 14.4배(지난 5월 고점)까지 높아졌다. 07년의 전 고점에서 기록됐던 14.9배와 격차가 크지 않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싸지도 않은 수준까지 밸류에이션이 올라왔다. 07년보다 현 상황이 나은 점이 있자면, 그것은 낮은 금리이다. 07년 10월 주가 고점에서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5%였는데, 지금은 2.0%에 불과하다.


주식의 밸류에이션 메릿이 희석됐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증시의 단기적인 흐름도 연중 최고치까지 오른 미국 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출구전략이 가져올 변화② –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미국 출구전략은 장기적으로 주식에 악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미국 경제 정상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정책 변화는 시행 초기에 글로벌 유동성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한국 증시는 92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주식시장 대외 개방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늘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94년, 97년, 99년, 04~05년 긴축 ‘초기’ 국면에서 외국인은 예외 없이 한국에서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들은 미국의 긴축 전환 초기에 짧게는 한 분기, 길게는 두 분기에 걸쳐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예상되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기준금리 인상 등이 수반되는 강한 긴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원천인 미국의 통화정책이 바뀐다는 점에서 출구전략 시행 초기 외국인의 일시적인 이탈 가능성은 고려해야 한다.

 

 

 

출구전략이 가져올 변화③ – 과잉이 있었던 이머징 마켓의 외환 위기


미국의 출구전략은 달러의 기조적 강세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약한 달러-저금리’라는 조건에서 미국 밖으로 향했던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브래튼우즈 체제가 붕괴하면서 변동환율제가 채택된 71년 이후 달러의 기조적 강세 국면은 두 차례 있었다.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높였던 80년대 초반에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고, 연준의 기습적 기준 금리 인상에 이어 IT 혁명에 따른 미국의 생산성 혁신이 나타났던 90년대 중반에도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두 차례의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늘 이머징 마켓의 외환위기가 수반됐다. 직전 달러 약세기에 가장 뜨겁게 주목받았던 국가들이 희생양이 됐다. 80년대 초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들은 70년대 상품시장 붐(commodity boom)을 타고 호황을 누렸던 국가였다. 미국 금융자본의 침투로 달러화 표시 부채를 많이 지고 있었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80년대 초 달러 강세 반전 시기에 줄줄이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90년대 중반의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멕시코에 이어, 한국∙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러시아 등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달러 강세 국면에서 한국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단기 외채 비중을 낮추는 등 나름의 방호막을 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국가는 경상수지의 만성적인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수지가 흑자인 국가들이다. 실물 부문에서의 경쟁력보다 늘어난 유동성의 수혜를 금융 측면에서 누린 국가들이 달러 강세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외환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달러 강세 국면에서 신흥국 증시의 수익률이 미국보다 부진했다. 이 역시 글로벌 유동성의 미국 환류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출구전략이 가져올 변화④ – 장기적으로 ‘Great rotation’의 최대 수혜는 미국 주식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 미국 주식시장에도 단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논의했지만, 출구전략 시행 초기의 약세는 글로벌 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될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이 모두 조정을 나타낼 것이다.


조정 이후 가장 유망한 자산은 미국 주식이라고 본다. 어쨌든 미국의 출구전략은 미국 경제의 활력 회복을 보여주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성장에 대해 확신을 한다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높아지는 리레이팅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글로벌 위기 이후 각 권역의 경제가 불균등하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유럽, 일본에 앞서 시행될 미국의 출구전략은 글로벌 자금의 미국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가계가 그동안 ‘자국 주식’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 시장의 수급 보강 여지는 대단히 크다. (그림6)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가계는 글로벌 위기 이후 주식을 철저히 외면하는 가운데, 채권에 편향된 자산 운용을 해왔다.


그런데 미국 가계가 주식 전반을 외면한 건 아니었다. 09년 이후 미국 이외 지역 주식에 투자되는 펀드(World Equity)로는 1,478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자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Domestic Equity) 펀드로부터는 4,151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미국인들은 해외 주식을 사고, 미국 주식에서는 계속 이탈해왔던 것이다.


이는 글로벌 위기 이후 진행된 달러 약세가 반영된 자산배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달러가 강세로 반전된다면 미국 자산의 매력은 커질 수 있어, ‘Great rotation’  의 수혜도 미국 주식이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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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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