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시장의 관심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이동

 

2012년 글로벌 증시를 살린 것은 중앙은행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중앙은행이 나서면서 위기를 봉합했다. 1분기의 랠리는 ECB의 LTRO 실시에 의해 가능했고, 3분기의 반등은 미국 연준의 ‘무기한’ 모기지 채권 매입과 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이 더해지면서 나타날 수 있었다.


펀더멘털과 유동성을 기계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시장은 서구 중앙은행들의 확장적 통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에도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조건은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로 봐야 한다. 시스템 리스크의 억제라는 다급한 이유 외에도 자국 통화 약세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에 중앙은행발 유동성 확충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2015년 중반까지 저금리 유지를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될 현상으로 봐야 한다.


다만 연말까지의 대응에 있어서는 시장이 중앙은행에 대해 기대했던 카드들이 모두 소진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CB의 국채 매입과 연준의 3차 양적완화가 모두 발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정부의 재정정책에 더 민감히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소위 G2의 권력 교체가 임박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새로운 정권의 출범 이후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이 실시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이고, 미국은 재정절벽(Fiscal cliff)과 관련한 정치권의 해법 도출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경기의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해서는 더 강한 정책적 자극이 있어야


예정대로라면 지난 10년 간 중국을 이끌어왔던 후진타오 주석의 4세대 지도부가 11월에 물러나고, 시진핑 주도의 5세대 지도부가 권좌에 오르게 된다. 중국의 권력 교체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은 중국이 관료들의 계획에 의해 경제가 운용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도 있지만, 새로운 정권이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비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계속 써왔고, 중국 투자의 중핵인 정부 투자 프로젝트 허가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GDP성장률은 7%대 중반까지 하락했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재고 조정 진행에 따른 순환적 경기 반등은 임박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고 사이클에 연동되는 정도의 경기 반등은 밋밋할 수밖에 없다. 정책적 자극 없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연준의 3차 양적완화 이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증시의 반응 강도가 미미한 것도 중국 경기가 1, 2차 양적완화 때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1차 양적완화가 단행됐던 시기에는 중국이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V자형 반등세를 나타낼 수 있었다.

2010년 2차 양적완화가 단행됐던 시기에도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가 이어지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20%를 상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준발 유동성의 확충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좌우하는 대중국 수출의 온도 차이가 1, 2차 양적완화 직후와 3차 양적완화 직후의 상이한 주가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신정부가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을 추구할까?


시장은 어쩌면 글로벌위기 직후 단행됐던 ‘4조 위안 경기부양책’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의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로벌위기 직후에는 중국의 내수(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 09~11년에는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상회했다. 글로벌 경기에 연동되는 수요를 넘어서는 중국 내부 수요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09~11년에는 중국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가 자가 발전의 동력이 됐다. 한국의 중간재 수출 업체들도 이런 투자 붐에 힘입어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향후 새로운 지도자의 부각과 정권 초 성장률 제고를 위한 투자확대라는 조합이 그럴 듯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를 넘고 있다. 국가가 생산해 낸 부의 절반 가까이를 다시 투자에 사용하면서, 겨우(?) 8~9%대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효율적인 경제 운용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적 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사회적 불평등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3월 전인대 연설에서 “양적 성장 과정에서 불평등한 분배와 신뢰 결여, 관료들의 부패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 개혁만이 아니라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에서 금기시됐던 ‘문화대혁명’과 ‘당의 지도체제 개혁’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정치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문화대혁명과 같은 비극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광동성 우칸촌 시위로 대표되는 농민들의 시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큰 지방 관료들과 개발 이익을 노리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결탁해 불법적으로 무리한 토지 수용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민과의 갈등이 농민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중국은 노동자가 아닌 농민의 힘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이룬 나라이다. 농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혁명에 성공한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사회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농민이라는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개혁과 보수, 중국의 논쟁사


중국은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 분배와 형평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 목도한 중국의 권력 투쟁도 새로운 성장 모델에 대한 갈등의 산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공청단과 태자당, 충칭모델과 광동모델로 대표되는 세력간의 갈등은 자주 맨얼굴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새로운 국가 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은 지난 9월, 2주 동안이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국의 속내를 자세히 알기는 어렵지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사회주의 체제 도입 이후 중국에서는 몇 차례 중요한 논쟁이 있었다. 50년대의 홍전(紅專) 논쟁, 80년대의 개혁보수 논쟁이 그것들인데, 격렬한 논쟁 이후에는 문화대혁명과 천안문사태라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의 논란은 80년대 후반 개혁보수 논쟁 이후 처음 나타나는 격렬한 정치적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시장이 희망했던 5세대 지도부로의 일사분란한 정권 이양, 신정부의 강력한 리더쉽 발휘 등은 너무 앞서간 기대였을 수도 있다.


향후 중국의 경제 정책을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정부 출범 이후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의 반복인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이 모두의 지지 속에 쉽게 시행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


오는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선은 소위 재정절벽(Fiscal cliff)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정절벽이란 내년부터 예정된 재정지출 축소와 올해 말로 끝나는 소득세 감세가 성장의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말한다.


작년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후 미국 정치권은 2013년부터 10년 동안 총 2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재정 감축 계획을 세웠다.


또한 올해 말이 되면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이 단행한 소득세 감세 기한이 종료된다. 당시 경기 부양을 위해 부시 대통령은 소득세율을 인하했는데, 영구적인 감세가 아니라 10년의 기한을 둔 한시적인 감세였다. 2011년 말로 감세 시한이 종결됐지만, 미국 의회에서 1년 연장을 합의해 올해 말로 감세 조치가 끝나게 된다.


실물 경기에 주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재정감축 방안보다 완화된 지출축소 계획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고, 감세안도 1~2년 정도 더 연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타협을 이뤄내야 할 사안들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차이는 커


미국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케인지안(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철학을 수용한 입장)적 시각에 맞춰져 있고, 공화당은 통화주의(프리드만으로 대표되는 미국 시카고학파의 철학을 받아들인 입장)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케인지안과 통화주의자들의 입장 차이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상이한 해석에 있다.


케인지안은 시장이 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장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인즈 경제학이 권위를 얻기 시작했던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미국 정부는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해 테네시강 개발 사업으로 대표되는 뉴딜 정책을 실시했다. 정부가 대토목 공사를 벌려 고용을 늘렸던 것이다. 당시 대통령은 민주당 당적의 루즈벨트였다.


한편 케인지안들은 증세(增稅)를 옹호한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 꼭 필요한 사업에 사용하면 경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케인지안적 입장은 기본적으로 ‘큰 정부’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통화주의자들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보다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경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에 의한 자원 배분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면 할수록 비효율이 초래된다고 본다. 당연히 이들은 규제 완화와 감세를 주장한다. 또한 작으면 작을수록 더 좋은 정부라고 주장한다. 통화주의적 입장은 80년대 초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현실적 힘을 가지게 된다.


경제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총기 보유 옹호자들 중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다는 점도 이들의 철학적 기반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통화주의는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이다. 규제가 있는 것보다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기적 욕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총기 보유 허용 주장은 개인주의적 경향에 대한 극단적인 옹호의 결과이다. 개인의 자위권은 신이 각 개인에게 직접 내려준 것인데, 국가의 공권력이 인위적으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은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개인의 문제를 사회가 구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에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것이 이들의 비판이다. 이런 통화주의적 견해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이 ‘티파티(Tea part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련의 정치적 움직임이다.

 

 

공화당의 완고한 태도와 행정부와 의회 권력의 불일치 가능성은 리스크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감세안의 연장에 대해 양보를 하고, 공화당은 재정지출 축소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재정절벽의 회피는 신용평가사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를 주기에,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큰 득표 차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행정부 권력과 의회의 다수당이 일치하는 것이 금융시장에는 친화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이 감세안의 연장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오바마는 기존 감세안을 연장하되,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만 세율을 올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떤 종류이건 증세는 공화당이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현재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는 전체 감세 대상자의 3% 수준이다. 민주당이 3%에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기존 감세안의 일몰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감세안의 연장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크다고 본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완고한 공화당의 태도이다. 대통령 후보 롬니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공화당은 보수 강경파 라이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라이언은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티파티 계열의 극단적인 통화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재정지출 축소에 대한 강한 신념을 자주 표출하고 있다.


지난 9월 롬니도 ‘자신이 집권하면 버냉키 연준 의장을 경질할 것이고, 현재의 중앙은행 제도보다 과거의 금 본위제가 더 좋은 제도’라는 다소 뜬금없는 주장을 했다. 이 역시 극단적인 통화주의적 견해이다. 경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인위적 개입이 없을수록 효율적으로 잘 돌아가는데, 연준의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이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10월 초 대선 후보간TV 토론에서 공화당 롬니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오바마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근소하나마 민주당이 리드를 니키고 있다. 반면 하원의 다수당은 공화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여론 조사 결과이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정치적 대립 구도를 감안하면 재정절벽과 관련한 불확실성 자체는 선거 국면에서 해소되기보다 연말까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상당 기간 동안 주식시장의 편이 되겠지만, 재정정책은 그리 미덥지 못하다. 4분기는 시장을 이끄는 무게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바뀌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지난 8~9월과 비슷한 세를 나타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finance.naver.com/research/pro_invest_read.nhn?expert_code=11&nid=754&page=1 

반응형
LIST
posted by Bwith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