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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늘 오르내림을 반복하는데, 주가의 짧은 파동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기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적 쏠림, 단기 수급 요인(작전도 포함된다) 등에도 영향을 받곤 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결정되는 주가에 늘 합리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가의 중장기 추세는 비교적 합리적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인 주가의 궤적은 결국 기업 이익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에 있어서의 성패는 단기적인 변동성(Volatility)이 아닌 중기 이상의 추세(Trend)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의 추세는 ‘장기 추세(Secular trend)’와 ‘중기 추세(Cyclical trend)’로 나눠질 수 있다. 장기 추세는 경제의 구조 변화, 경제의 장기 성장률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보다 짧은 중기 추세는 순환적 경기 사이클을 반영해 만들어진다.

주식시장의 장기 추세는 대부분 강세장(Secular bull market)과 횡보장(Secular sideways market)의 반복으로 나타난다. 주가는 명목 변수이기도 하고,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도전이 있더라도 대체로 해결하지 못한 위기는 없었기 때문에 주가의 장기 추세가 하락세를 기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80년대 말 버블 붕괴 이후의 일본 증시와 2000년대 초반의 나스닥, 코스닥 시장의 하락이 예외적인 장기 약세장(Secular bear market)이 현실화된 사례들이다. 모두 기록적인 버블이 수반됐다.

주식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은 대체로 장기 사이클(Secular trend)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장기 약세장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장기 횡보장은 자주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는 70년 이후 올해까지 43개년 중 26개년이 횡보 장세로 분류될 수 있는 기간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80년 이후 33년 동안 횡보 장세에 속하는 햇수가 24개년에 달했다. 이런 횡보장세에서 장기 투자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을 감내해야 한다.

 

장기 횡보장이 결코 드물지 않게 출현했음에도 이에 대한 소개나 분석이 많지 않은 것은 80~90년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증시가 사상 유례없는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82~99년의 강세장에서 15배가 넘게 올랐다. 80~90년대에 기록됐던 이례적 성과 때문에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은 공고해졌다. 과거 어떤 시점에서 주식을 샀더라도 투자 기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주식 투자의 성과는 다른 자산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의 미국 증시에서는 이런 믿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식의 시대는 끝났다?


지난 8월 세계 최대의 채권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핌코(Pimco)의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빌 그로스는 “주식투자의 시대는 끝났다(Stocks are dead)”고 말했다. 빌 그로스는 앞으로 주식이 과거에 기록했던 수익률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화제를 모았다.

 

빌 그로스의 발언은 미국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던 시점에 나와 다소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작년 4분기 이후 미국 증시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견조한 오름세를 나타내는 시장이었고, 빌 그로스의 발언이 나왔을 때 S&P500 지수는 52주 최고가에 근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 그로스의 문제 제기는 단기적인 시장 전망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100년 간 주식(S&P500 지수)의 연 평균 수익률은 6.6%에 달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수익률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빌 그로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2000년대 들어 미국 증시는 장기 횡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S&P500지수는 신경제 붐이 정점에 달했던 90년대 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S&P500지수는 99년 말 종가 대비 4.3% 낮은 수준이다. 2000년대 미국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0.3%에 그치고 있다. 배당을 감안한 총 수익률(Total return) 역시 연평균 1.5%에 불과하다. 배당을 포함하더라도 2000년대 전체적인 주식의 투자 성과는 채권 투자 수익률(미국 국채 10년물 연평균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식은 장기 투자가 가능한 대표적인 자산으로 각광을 받아왔지만, 미국의 주식시장은 2000년대 들어 거의 오르지 못하고 있다. ‘매수 후 보유(Buy&hold)’ 전략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해 왔던 구미권 유수의 연기금들도 주식이 과연 장기 투자의 대상으로 적합한 자산인가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주기의 중기 추세(Cyclical trend)에서의 강세장과 약세장은 반복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인 흐름(Secular trend)에서의 미국 주가는 횡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증시는 2000년대와 비슷한 장기 횡보장을 1970년대에도 경험


대부분의 주식 투자 교과서에서는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일시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는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 전술로는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수 후 보유’를 통한 장기 투자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주가 사이클이 상승 궤적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2000년대 미국 증시에서 장기 투자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장기 투자의 효과는 어쩌면 80~90년대에 나타났던 주가 급등에 기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82~99년의 강세장에서 S&P500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4.8%에 달했다. S&P500 지수는 이 기간 동안 12배 가까이 올랐다. 이런 주가 상승률은 대단히 예외적인 성과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발간된 대부분의 주식 투자 교과서들은 이런 이례적인 수익률을 근간으로 해서 쓰여졌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이 늘 오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의 장기 사이클로 보면 미국 증시에서는 장기 강세장(Secular bull market)과 장기 횡보장(Secular sideways market)이 반복돼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는 80년대의 강세장이 나타나기 직전인 69~82년에 장기 횡보세가 나타났다. 2000년대에 미국 증시가 경험하고 있는 장기 횡보세가 아주 예외적인 경우는 아니었던 셈이다.

 

69~82년에 나타났던 장기 박스권 장세를 복기해 보자. 2차 대전 직후 나타났던 전후 경기 확장세는 6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에 미국 경제는 압도적인 글로벌 넘버원이었다. 유럽은 2차 대전의 후유증으로 미국의 원조(마샬 플랜)에 의존하는 형편이었고, 일본 역시 패전국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6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는 서독과 일본이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미국의 경상수지는 악화되기 시작해 급기야 71년에는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 중단을 선언했다. 닉슨의 불태환 선언으로 전후 글로벌 경제 질서의 한 축을 이뤘던 브래튼우즈 체제가 붕괴됐다.

 

한편 중동 국가들은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국제 유가를 올렸고, 이는 서구 경제에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70년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크게 둔화됐고, 주가 역시 장기 횡보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증시가 장기 횡보세를 면치 못했던 69~82년의 연평균 S&P500 지수 상승률은 2.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7%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0년대 주식투자의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장기 저성장이 주가의 정체로 귀결


1970년대와 2000년대 미국 경제에서 관찰되는 뚜렷한 공통점은 ‘저성장’이다. 69~82년의 주가 장기 횡보 기간 동안 미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2.5%였다.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불리우는 2차 대전 이후 6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GDP는 연평균 6.3% 성장했고, 주식시장도 장기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60년대 말부터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되자 주식시장도 장기 횡보세로 반전됐다.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000년대에 나타나고 있는 미국 증시의 부진도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 2000년대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3%에 불과하다. 결국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서, 주가도 박스권의 덫에 갇혀버린 것이다.

 

한편 미국 이외의 국가들을 살펴 보더라도 대체로 주식의 장기 성과는 성장률에 수렴했다. 미국과 영국처럼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의 장기 GDP성장률과 주가 상승률은 거의 비슷했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주가 상승률이 GDP 성장률에 미치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했던 한국의 주가 상승률이 저성장 국가였던 일본보다 훨씬 높았다.

 

단기적으로는 GDP 성장률과 주가의 움직임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1~2년 정도의 순환적(Cyclical) 사이클에서 주가는 성장률의 절대 레벨보다 반전(Peak out 또는 Bottom out)여부에 더 민감히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의 모멘텀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는 결국 성장률에 수렴하곤 했다.


한편 주식 투자의 성과가 경제 성장률을 훨씬 웃돌았던 83~99년의 경험은 예외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양극화’라는 프레임을 통해 뒤에서 논의할 것이다.

 

성장에 대한 우려는 디레이팅으로 귀결,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양극화 지속 불가능


주가가 장기 경제성장률에 수렴하는 이유는 성장률이 장기 기업이익 증가율 전망에 영향을 주는 지표(Proxy)이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의 분배 구조가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결국 기업 이익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에 수렴한다.

 

기업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는 ‘디레이팅(Derating)’ 현상은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70년대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바뀌지 않는 한 주식의 저평가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제의 총량적인 성장이 정체되더라도 분배 구조가 기업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면 기업 이익은 증가할 수 있다. 80~90년대의 이례적인 강세장은 레이건 대통령 취임 직후 경제 전반의 분배구조가 바뀌면서 나타났다. GDP에서 노동에 귀속되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기업에 분배되는 몫인 기업이익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가 강화돼 왔던 것이다<그림 8, 9>.

 

양극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세계화’와 ‘자산효과’였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한 미국의 제조업 생산 기지 이전과 신흥국의 저렴한 노동력 유입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교섭력을 약화시켰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정책도 임금 소득 증가 정체를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80년대 초 미국 증시의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던 401k(기업연금) 도입은 이런 문제 의식 하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401k는 미국 증시 장기 박스권의 후반부인 81년에 도입됐다. 미국 증시가 강해서 401k가 도입된 것이 아니라 401k 도입이 미국 증시의 강세 반전을 가져 온 중요한 원인이 됐던 것이다.

 

앞으로 세계화의 효과는 확실히 약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의 공장으로 작동했던 중국의 인건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의 임금 상승은 노동에 대한 자본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자산효과는 대체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제조업 생산 기반 없는 자산효과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07~08년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경제 주체들에게 각인돼 있다. 아직까지는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에는 양극화가 강화되기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본다. 결국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주가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대차대조표(B/S) 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저성장


장기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주가의 장기 추세가 반전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가계의 디레버리징 마무리라는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정부의 부채 축소는 아직 시작도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저성장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08년 이후의 부채 축소를 통해 미국 가계의 디레버리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명목 GDP 증가에 수렴하는 정도의 부채 증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0년대 전체적으로 미국의 가계 부채는 6조 달러 늘어났고, 명목 GDP는 5.5조 달러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형성 과정에서 확대됐던 명목 GDP와 부채 증가 간의 갭은 많이 축소됐다.

 

문제는 정부의 디레버리징 과정이 더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민간 경기가 회복되는 순간부터 민간 부(Wealth)의 정부 이전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민간이 감내할 수 있다면 먼저 재정지출 축소를 단행할 것이고, 이후에는 증세(增稅)도 고려할 것이다. 급격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이 현실화되지는 않을지라도 장기적인 재정감축(Fiscal reduction)은 불가피하다. 부채를 줄이는 대차대조표 조정 과정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미국 정부의 부채 조정 과정이 진전되기 전까지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높아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형성돼 있는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디레버리징이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다.

 

미국 증시는 2000년대에 형성된 장기 박스권의 고점 부근까지 올라와 있다. 주가 지수가 의미있는 레벨 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 성장률 제고에 대한 믿음이 높아져야 할텐데, 아직 이런 믿음은 부족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출처:

http://finance.naver.com/research/pro_invest_read.nhn?expert_code=11&nid=74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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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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