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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수도 워싱턴DC의 폭설 때문에 올 겨울 들어 세 번째 셧다운을 단행했고, 피해가 가장 심한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미국 중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주요 간선도로가 얼어붙으면서 교통망이 마비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기상이변의 주된 원인으로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의 이상 남하를 지적한다. 북반구 겨울철에 유라시아 대륙으로 남하하던 북극 소용돌이가 이번에는 둘로 갈라져 북미 대륙 쪽으로도 남하했다는 것이다.

북미 대륙에서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예년보다 더 아래쪽까지 내려오면서 미국에서는 중부와 동부 지역에 이상 한파를 일으키고,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북극 소용돌이의 힘이 양분되면서 상대적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남반구에 위치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불볕더위와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이번 북극 소용돌이의 이상 남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추정된다.

이번 한파를 통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원자재는 천연가스다. 천연가스는 미국 셰일가스 혁명으로 지난 3년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증대시킨 주역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줄곧 하향세를 탔던 천연가스 가격이 올 겨울에는 정반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강추위로 난방수요와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 천연가스 시세는 11월 백만BTU당 $3.5에서 2월 현재 백만BTU당 $6로 두 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천연가스 가격급등은 미국 에너지시장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심한 추위가 몰아쳤던 1월 초에 뉴욕주 전력가격은 일시적으로 100% 이상 상승했고, WTI유가도 배럴당 $100을 넘어서는 강세를 시현 중이다.

현재 미국 천연가스 수급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재고부족이다. 2월 첫째 주 미국 천연가스 재고는 1686bcf(십억입방피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8~2013년 재고범위 하단인 1911bcf도 크게 하회하는 수치이다.

미국 천연가스 시장은 철도운송 의존도가 낮지 않기 때문에 한파로 인해 철도 운영이 중단되면 천연가스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다. 4월 전까지 미국에 한두 차례의 한파가 또 발생하게 되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단기적으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미국정부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천연가스와 난방연료 해외수입을 늘리고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다.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와 같이 전략비축유 방출이라는 극단의 대책을 동원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파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는 4월까지 미국의 석유제품 및 화학제품 수출 증가추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와 유럽 정유화학업체들은 미국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둔화되는 데 따른 단기수혜를 입을 것이다.

이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자. 필자는 이번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 셰일가스의 높은 생산원가와 에너지 운송 인프라의 취약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부터 미국 천연가스 시추 건수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미국 천연가스 공급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셰일가스의 생산원가는 백만BTU당 $3.5~4.0에 달하는 반면 천연가스 가격은 장기간 백만BTU당 $4을 밑돌았다.

이로 인해 많은 에너지 개발업체가 셰일가스 개발을 포기하고 수익성 높은 셰일오일 개발로 옮겨가고 있다. 또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생산지와 소비지의 파이프라인 연결이 늦어지면서 상당수의 셰일가스정이 가동중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겨울 단기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난방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상승폭을 어느 정도 되돌릴 것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지속됐던 백만BTU당 $4 이하의 가격수준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천연가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자들은 더 이상 낮은 천연가스 판매가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천연가스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을 비롯한 운송 인프라 투자가 확대돼야 하지만 이는 미국 천연가스의 생산원가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난방시즌이 마무리되더라도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백만BTU당 $4.5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셰일가스 붐의 수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한파 이후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당분간 잠잠해질 것이다. 환경 문제를 이유로 금지됐던 뉴욕주의 셰일가스 개발 허용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올 겨울 천연가스 수급이 타이트해졌음에도 미국 천연가스 수출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셰일가스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셰일가스 개발업체의 수익성이 확보돼야 하고 천연가스 수출 허용은 개발업체의 수익성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파가 물러간 이후에도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낮은 천연가스 가격의 수혜를 누렸던 미국 유틸리티, 석유화학 업종의 프리미엄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개발규제는 완화되고 천연가스 운송 인프라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가치사슬의 아래쪽 산업이 독점했던 셰일가스 붐의 수혜는 점진적으로 천연가스 개발업, 운송업과 같은 가치사슬의 위쪽 산업으로 이동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조선업종이 미국의 천연가스 물동량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데 따른 중장기적 수혜를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22017262442745&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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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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