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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OPEC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12개국 회원들과 상반기 정례회의를 갖고 최근 국제유가 약세에도 3000만 배럴인 종전 하루 최대 산유량 목표치(쿼터)를 동결했다. 이 쿼터는 하반기 회의가 열리는 오는 12월4일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정례회의에서는 미국발 셰일가스 공습으로 분열된 OPEC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불거졌다. OPEC은 산유량을 동결하는 대신 셰일가스가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어정쩡한 타협을 했지만 OPEC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OPEC 하루평균 산유량 및 글로벌 산유량 추이 (자료=OPEC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


◇ 셰일가스 고민 커졌다

이번 OPEC 회의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셰일가스 붐이 글로벌 원유 공급량을 늘려 유가에 하락 압력을 넣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셰일가스 변수보다는 원유시장 수급요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OPEC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현재 원유시장은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이 양호하고 재고도 괜찮아 시장 전체여건도 좋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면 공급량을 굳이 줄일 필요가 없다는 데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70센트 하락한 배럴당 101.49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셰일가스 생산량에 대한 우려는 전세계 원유시장의 40%를 독점하고 있는 OPEC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5월3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737만배럴로 불과 1년 전에 비해 20% 급증했다. 이는 지난 199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셰일가스 혁명은 OPEC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이날 OPEC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디자니 앨리슨 마듀케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셰일가스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라며 “셰일가스가 글로벌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위원회를 발족했는데 곧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개월전이던 지난해 12월 정례회의에서 “산유량 자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셰일가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압둘라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셰일가스 생산량 확대가 OPEC 원유 공급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검토중”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산유량을 100만배럴 늘린다면 다른 누군가는 100만배럴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 느긋한 중동-다급한 阿

또 이번 회의에서는 셰일가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동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간 대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우디 등에 밀려 산유량 동결을 지지한 유세프 유스피 알제리 석유장관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까지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브렌트유는 101달러대다.

소규모 산유국들은 산유량을 줄여서라도 유가를 더 올려야 국내에서 필요한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 특히 중동 국가들과 달리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등이 주로 생산하는 원유는 미국산 셰일가스와 유사한 경질유다. 이들은 시장에서 셰일가스와 경쟁해야할 처지다.

이 때문에 원유 수출을 미국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의 지난 3월 미국 수출은 20만배럴, 9만배럴 수준으로 19년만에 가장 적었다. OPEC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마듀케 나이지리아 장관은 “아프리카는 이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고 있다”며 “에너지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아시아가 대체시장이 되겠지만 이제 중국까지 셰일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 곳곳에서 균열 조짐

이처럼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간 입장 차이는 물론이고 최대 산유국 사우디와 이라크간 견제도 불안요인이다. OPEC라는 조직 특성상 국가간 이견과 일부 국가의 이탈은 공고한 카르텔을 단 번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시설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이라크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0년까지 현재 하루 평균 300만배럴인 산유량을 두 배인 600만배럴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는 900만배럴의 산유량을 가진 사우디에게 최대 고민이다.

게다가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있는 이란 역시 시설을 복구하면서 산유량을 정상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어 일정 시점이 되면 사우디로서도 감산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과거 2000년대초에도 비OPEC 국가의 생산량 확대를 응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린 바 있다.

 

출처: http://view.edaily.co.kr/edaily/view_ns.htm?newsid=01886006602837784&str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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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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