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은행들이 삼성전자가 가진 대규모 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무턱대고 예금을 받았다가 인출시 유동성 위험이 발생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돈 굴릴 곳이 없어진 삼성전자는 최근 은행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자신들의 빚을 갚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다. 삼성전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은행이 삼성전자에서 돈을 빌리는 처지가 된 셈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은행권에서 삼성전자의 예금을 거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워낙 거액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예금에서 한 회사의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보통 예금을 받으면 국고채 등에 투자하거나 대출에 활용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예금은 대출보다는 국고채 등에 주로 투자하고, 예금 만기시 이 채권을 매도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그런데 너무 큰 예금의 경우 국고채를 매도할 때 시장에 충격을 미쳐 좋은 값에 팔기 어려울 수 있다. 은행으로서는 자칫 손실을 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은행이 삼성전자의 예금을 대놓고 거절하지는 못한다. 대신 낮은 이자율을 제시해 스스로 발걸음을 돌리도록 하고 있다.
현금은 넘치는데 은행이 받아주지 않다보니 삼성전자가 택한 곳은 채권시장이다. 자산운용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삼성전자는 그 동안 국채나, 사실상 국채와 다름없는 국책은행 채권에 주로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회사채 영역에 가까운 은행채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KB국민은행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2년만기 채권 가운데 3분의 2이상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 된 셈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예금 받기를 꺼리던 은행권이 삼성전자에서 돈을 빌려주자 반색이다.
은행들은 지난 2008~2009년 당시 바젤Ⅱ 기준 아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5년만기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했는데, 올 해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 달 1조9000여억원이 도래했고, 이달에도 2조6000억원 가량이 만기다. 하반기 만기도래 물량도 3조원에 달한다. 은행들로서는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시장에서 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삼성전자 덕분에 시름을 덜게 됐다.
1분기말 삼성전자 현금자산은 61조4770억원으로 2012년말 37조 4460억원보다 64% 이상 늘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조7910억원에서 18조1500억원으로 줄었지만 채권 등 단기금융상품이 17조3970억원에서 41조261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삼성생명도 약 82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국고채나 국책기관 발행채권이며 금융채에는 1조8403억원, 회사채에는 5조7094억원 정도만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출처: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617000638&md=20140620005842_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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