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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 드는 ‘종북몰이’

일각서 제기된 ‘외부배후설’ 반박
극우교사 “침몰은 북 소행” 글 게시
단원고 뿌려진 ‘색깔론 말라’ 유인물
경찰 허위사실 유포 혐의 수사
어떤 내용이 허위인지는 설명 못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만 하면 ‘종북세력’으로 몰아 모든 현안을 이념화시키는 행태가 세월호 참사에서도 또 등장했다.

 

세월호 사고와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시민들을 향해 ‘북괴에 놀아나는 좌파’로 규정(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하거나,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는 식의 ‘종북몰이’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여당 정치인들의 주장은 곧 철회됐지만, 극우적 시각을 보여온 현직 중학교 교사가 “(세월호 침몰이) 북한의 소행일 수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세월호 참사마저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기준’에서 벗어나면 정부 비판 여론 자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고 직후 ‘온라인 유언비어 엄벌’ 방침을 밝힌 경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과 주장을 밝히는 행위마저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온라인 모니터링을 24시간 지속하고, 오프라인에서의 유인물 배포행위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경찰은 현재 경기 안산 단원고에 배포된 ‘유인물’을 수사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이가 뿌린 유인물 수십장에는 박 대통령 대선공약 폐기 사례를 거론하며 ‘대통령부터 약속을 쓰레기 취급하는 나라’, ‘많은 생명을 실어나르는 선박에 구명조끼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종북장사를 멈춰야 한다’, ‘대통령 부정선거를 규명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고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경찰청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내용이 허위사실이며,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이 아닌 ‘외부 세력’이 가족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빠지지 않는다. 이같은 ‘외부 세력 배후설’은 20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행진을 벌인 직후 보수언론 등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실종자 가족의 발언을 인용해 “단원고 학생이 아닌 학생들이 선두에 있었고, 부추겼다”며 보도했다. 하지만 다른 실종자 가족이 전하는 상황은 다르다. 실종자 박아무개(17)군의 어머니 정혜숙(46)씨는 “가족들 사이에 외부 세력이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말을 아무도 전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의 뜻을 바깥에 알리려고 나섰던 것이다. 청와대로 행진을 하자는 이야기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학부모들 회의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북한과 전혀 무관한 이번 사고에 종북 프레임을 들이대거나, 정치적 반대세력을 겨냥하는 것은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다. 슬그머니 이에 편승하려는 언론보도 역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도 “사고의 원인과 구조상황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도 못하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오히려 정권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을 찍어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균 기자, 진도/최우리 기자 uknow@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4100.html?_ns=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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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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