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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고속도로.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던 암살자 아오마메는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나가기로 결정했다. 계단을 내려 온 세상의 하늘엔 두 개의 달이 떠있다. 분명 1984년의 밤하늘이지만 원래 그녀가 살았던 공간은 아니다. 그녀는 두 개의 달이 공존하는 세상을 `의문(Question)`이란 단어를 이용해 1Q84라 명명한다. 그녀의 첫사랑이자 작가지망생인 덴고는 그가 읽었던 소설 작품의 이름을 따 `고양이 마을`이라고 불렀다. 이름이 어찌됐든 실제 현실과는 다른 세계임은 분명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속 또 다른 세계에는 괴이한 힘을 가진 리틀 피플이 산다. 그들의 위협을 피해 두 주인공은 도망과 반격을 반복하니 `스릴러` 요소가 다분하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도 담았다. 두 개의 달이 밤하늘을 밝히는 모습은 다분히 `공상`적이다. 3권에 걸친 소설 속에는 1984년과 1Q84년이 동시에 존재한다.

물리학에서도 공상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1Q84를 읽었다면 두 개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물리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상상 속에서라도 애꿎은 고양이를 죽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 불리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고양이 한 마리, 철로 만들어진 상자, 한 시간에 한 개의 원자가 붕괴하는 확률이 50%인 방사선 원소, 방사선을 검출하는 가이거 계수관, 망치, 유리병에 든 시안화수소(HCN)가 준비됐다. 한시간 뒤 방사선 원소가 붕괴하면 가이거 계수관이 방사선을 측정해 스위치로 망치를 움직인다. 망치가 유리병을 깨트려 시안화수소가 흘러나오면 고양이가 죽는다.

문제는 확률이다. 한시간 뒤 고양이가 죽을 확률은 50%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고양이의 생사여부는 알수 없기 때문에 상자 속에는 두 세계가 공존하다. 죽은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 그러나 이 세계는 분명 존재할 수 없다. 슈뢰딩거는 측정(관측)하기 전까지 세계가 겹쳐있는 중첩현상 인정하는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하기 위해 고양이 실험을 머릿속으로 선보였다.

아이슈타인도 포돌스키, 로젠 등과 함께 `EPR 역설`이란 논리로 코펜하겐 해석의 양자물리학을 비판했다. 현상에 숨겨진 모든 물리적 변수를 알아내면 확정된 결과값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출신 물리학자 벨과 1970~1980년대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수행한 양자 전송 실험으로 코펜하겐 해석이 힘을 얻었다. 슈뢰딩거의 상자 안에는 상호작용하지 않는 두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평행 우주론`을 주장한 미국 물리학자 휴 에버렛도 같은 맥락을 설명했다. 양자물리학의 가장 반대했던 아이슈타인이 양자물리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는 것도 중첩된 세상처럼 역설적이다.

소설 속 덴고의 아버지는 알 수 없는 말을 아들에게 던진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을 들어도 모르는 것이다.” 코펜하겐 해석은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는 상자 세계를 공감하게는 아이슈타인을 납득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덴고 아버지의 말처럼 언제나 납득 가능한 세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양자물리학적으로 허용된 값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상태다. 누군가 측정을 통해 특정한 값으로 확정 짓기 전까지는.

1Q84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책을 펼쳐 읽는 관측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두 개의 달이 진실인지 한 개의 달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진실은 관측한 자(독자)에게만 허용된 값이다. 관측하지 못하면 진실은 상실될지 모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출처: http://www.etnews.com/news/economy/education/2718505_14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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