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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만 주식이던 시절


1995년 1월 93,000원에서 시작된 삼성전자의 상승이 10개월 동안 이어졌다. 최종 가격은 176,000원. 시가총액 3위로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단시간 내에 90% 가까이 상승하는 건  드문 경우였다.


삼성전자의 상승은 ‘95년 이전에 시작됐다. 두 해전인 ‘93년 10월 4만원에서 출발해 1년 만에 3배 넘게 올랐는데 ‘95년 역시 이런 대세 상승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상승은 반도체 호황과 주도주 재편이 맞물린 덕분이었다.


‘93년 말부터 업종 대표주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92년에 개시된 외국인 매수가 저PER주식을 거쳐 2년 만에 업종 대표주로 모인 결과였다. 당시 외국인의 투자 경험은 우리나라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일천했는데 그나마 접했던 기업이 업종 대표주였다. 당시에 이들의 상승을 70년대 미국의 핵심주 상승과 같은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 생각이 맞았다.


삼성전자는 집단적 움직임 외에 실적 면에서도 우월했다. 반도체 경기 호황 때문이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출시해 기존의 운용체계를 바꿔 버리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반도체 가격은 ‘95년 중반에 4MD 하나의 가격이 48달러까지 오를 정도였는데, 이것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1년후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내려간 걸 보면 알 수 있다.

‘95년은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대형주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94년과 달랐다. ‘94년 11월에 시작된 대세 하락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역시 15만원에서 3개월 만에 9만원대로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17만 6,000원까지 올라갔다. 반면 다른 대형주는 SKT를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했는데 POSCO가 40% 가까이 떨어질 정도였다.


대형주 사이에 주가 차별화가 나타난 건 국내외 경기와 주식시장이 ‘94년을 정점으로 대세 하락한 반면, 반도체는 ‘95년까지 1년간 호황이 연장된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우리 기업으론 처음 연간 2조원의 이익을 냈는데 이 수치가 모두 ‘95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만 상승하자 투자자들의 원성도 따라서 높아졌다. 당시는 10만 원대 주가가 보기 드문 시기였고 시장 역시 대세 하락하던 때여서 주식을 상당수 처분했는데 주가는 반대로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꺾이지 없을 것 같던 삼성전자의 기세는 ‘95년 10월에 마감됐고 1년 후에 3만원대로 떨어졌다.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반도체 가격이 98%나 하락한 마당에 이익을 유지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95년 중반부터 일부 중소형 종목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처음은 3년 동안의 업종 대표주 시대에 소외된 부분을 메우는 게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기적인 수요가 가세해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삼성전자만의 시장


1993년 이전에도 우리 시장에는 삼성전자가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보는 투자자의 눈은 달랐다. 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3만원을 넘지 못하는 주식, 거래가 안돼 별달리 주목 받지 못하는 주식이었다. 실제 주가도 ‘86년 종합주가지수가 200P였던 때나 ‘89년 1000P일 때나 변함없이 3만 원대였다.


‘93년 이후 삼성전자의 흐름을 지금 시장에 투영해 보면 두 가지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주가가 130만원까지 올랐지만 상승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개념이나 기술이 도입되고 이 부분에 의해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 주가는 실제 이상으로 올라간다. 처음에는 이익이 매개가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술과 상황에 대한 기대가 프리미엄을 형성하면서 가격가 오른다. 앞의 반도체 호황기에 삼성전자가 그랬고 ‘99~2000년 핸드폰이 빠르게 보급될 당시 SKT 주가도 그랬다. 새로운 산업이 도입될 때 주가가 얼마나 큰 반응을 보이는지는 2001년 강원랜드가 상장될 당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를 130만원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은 스마트폰이다. 따라서 애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밖에 없는데 애플 역시 올들어서만 50%가 넘게 올라 시가총액 세계 1위의 기업이 됐다. 지금까지는 둘 다 valuation의 적정성 여부를 반영하는 정도였는데 새로운 상황에 대한 기대가 버블을 통해 나타나는 단계가 남아있다.


두 번째는 상승은 삼성전자만 이지 다른 대형주은 룸이 없다.
작년에 자동차, 화학, 조선 등 상당 수 대형주들이 올랐다. 집단적인 흐름이 어느 정도이루어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개별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종목은 오르기 힘들다. 한번 큰 시세를 낸 주식이 다시 오르려면 상당한 휴식기가 필요하다. 상승 과정에서 실적은 물론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해 버리기 때문인데 현재 우리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대형주가 이런 상태다. 은행주 정도가 남은 대안인데 시장이 얼마나 인정해 줄지 모르겠다.

 

 

삼성전자 그 이후


이제 원했든 원치 않든 삼성전자의 하락이 전체 시장의 약세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시장의 15%를 차지해 자기 영향이 커진 점도 있지만, 삼성전자 이후 시장을 이끌어갈 종목이 마땅찮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먼저 하락했던 대형주 가운데 20% 정도 반등하는 종목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지만 이를 정확한 의미에서 상승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상승이 끝나고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 그동안 상승 대열에서 벗어나 있던 중소형주로 시장이 재편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지수가 2000P를 넘어 고주가화 됨에 따라 유동성의 역할이 한계에 도달했고, 대형주의 대부분은 1~2년 사이에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경험해 신선미 또한 떨어진다. 반면 중소형주는 오랜 시간 주가가 눌려왔기 때문에 한번은 상승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주가가 계속 오르지 않고 삼성전자의 고점과 함께 시장이 3~4개월이 넘는 조정에 들어간다면 이번에도‘큰 상승 이후 조정기에 중소형주 강세’라는 과거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출처: http://finance.naver.com/research/pro_invest_read.nhn?expert_code=7&nid=706&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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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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