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분 보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산분리 관련 규제가 느슨해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지주회사 전환을 비롯해 금산분리 강화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재계의 반발과 여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움직임이 변수다.
◇금산분리 강화, 국회에서 성과 얻을까=경기 활성화 여론에 잠시 밀려 있던 금산분리 강화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부터 조금씩 힘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일반 계열사 보유 지분에 대해 행사하는 의결권 상한선을 15%에서 5%로 축소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금융회사의 고객 자금을 활용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애초 대기업에 소속된 금융·보험사들은 일반 계열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적대적인 인수·합병이 문제가 되자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가 이를 악용하면서 제2금융권의 자금을 무기로 계열사를 쥐고 흔드는 폐해가 속출했다.
현재 은행에만 적용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회사 대주주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다. 재계의 반발이 심한 이유다.
반면 여당 지도부는 재계를 의식한 듯 금산분리와 관련해 속도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대기업의 위법·탈법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사 의결권 제한과 같은 직접적인 금산분리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제2금융권의 재벌 사금고화 방지해야=금산분리 강화 방안은 박근혜정부의 공약이었다. 실제 국회는 지난 7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통과시킨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4년 만에 원상복귀시킨 것이다. 당시 여당은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지분 보유 한도를 4%에서 9%로 높이는 안을 밀어붙였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추가 방안은 그러나 이후 재계 등의 반발 등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다 동양 사태로 투자자들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상황은 역전됐다.
정치권에서는 동양그룹 사태 이후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규제하는 '은산분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8일 "동양 사태는 제2금융권을 계열사로 가진 재벌 총수가 금융 계열사를 사금고화한 사례"라며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증권·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은 여전히 모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양 사태에서 보듯 금융사가 그룹 내 부실 계열사의 돈줄로 전락할 경우 기업 전체가 부실 위험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도 금산분리 강화 '바람몰이'에 나섰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동양그룹 사태의 교훈"이라며 "계열사 간 부실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지주회사 제도를 개선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분리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산분리 제도와 관련해 제도 개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분리장치 강화 방안으로 대기업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일반 지주회사는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금융 자회사를 허용하는 대신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교차 출자는 금지하는 방식이다. 금융 계열사와 일반 계열사가 복잡하게 얽힌 현재 소유 구조를 바꿔 총수 일가가 금융 계열사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출처: http://media.daum.net/issue/533/newsview?issueId=533&newsid=2013101318200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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