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3일간 9조원어치 사들여 15년 만에 최장 기록]
-98년과 3가지 차이점
주요 신흥국중 한국만 주가 오르고 경제 펀드멘털도 강해져… 미국계 펀드 등 장기 투자금 유입
-바이코리아 지속되려면
일시적 '파킹 자금' 가능성 있어 기업 실적 개선 뒷받침돼야
외국인이 지난 27일까지 23일 연속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에 나서며 한국 주식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1998년 3월 이후 15년 만의 최장 기록이다. 외국인은 일평균 3927억원씩 총 9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대로라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외국인 순매수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개인과 은행·보험사 등 기관들의 매도에도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3개월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아시아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우리나라 증시에 닥친 '바이코리아(Buy Korea)' 열풍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증시가 '신(新)바이코리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선 꾸준한 경상수지 흑자와 기업들의 실적 호조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외국인 매수세는 '머니 게임'
외국인들이 장기간 연속 매수한 경우는 최근 매수세를 포함 크게 세 차례 있었다. 아시아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1~3월 34일간 순매수를 한 게 최장 기록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10년 3~4월엔 22일 연속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과거엔 외국인들이 순매수 행진 이후 급격한 매도세로 돌아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먹튀' 소리를 들었다. 1998년에는 장기 순매수 직후인 5~6월에 4220억원어치를 팔았고, 현대투신의 '바이코리아'펀드 등을 통해 국내 개인 자금이 증시에 대거 몰려들었던 1999년 3~7월 사이엔 1조원어치를 팔고 떠났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2일 순매수로 총 6조9000억원을 쏟아부었던 외국인들은 바로 다음 달인 5~6월에 5조5000억원을 팔아치웠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자동인출기(ATM)로 생각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돌았다.
전문가들은 외환 위기 직후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는 단기 이익을 따라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게임'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 위기 직후는 '헤지펀드들이 한국에 올인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투기 자금들이 들어왔다"며 "2010년은 글로벌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으로 넘치는 유동성(자금)이 한국 증시로 흘러들어온 경우"라고 말했다.
◇2013년 신(新)바이코리아에도 머니 게임 성격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과거 두 차례의 외국인 매수 시기와 조금씩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머니 게임적 성격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한국 증시에 외국인이 몰려오는 이유는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16일 현재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로 다른 신흥국은 물론 중국(8.8배)보다 낮다.
또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일시적 파킹(parking) 장소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부진한) 신흥국과 (상대적으로 건전한 한국이) 차별화되는 과정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핫머니를 경계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번 외국인 매수세가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기금 등으로 구성된 미국계 펀드들은 올 들어 한국 증시에서 계속 주식을 팔다가 지난 7월부터 매수세로 돌아서 2개월 넘게 5조원을 사들였다. 유상대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증시에 장기 투자하는 국부펀드와 롱텀 펀드들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예전과 분명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환 위기에 몰린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일방적인 통화 스와프(맞교환) 러브콜을 보내는 등 한국을 경제 위기의 방어막으로 삼으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계 은행 BNP파리바는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이 신흥국 성장 둔화가 전면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 속에 한국 증시는 기타 신흥국 증시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7~8월까지 한국 증시는 3% 올랐지만 인도네시아(-13%)·인도(-4%)·대만(-1%) 등은 모두 하락했다.
이는 1998년 외국인들의 매수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1998년 들어 3월 말까지 한국은 28% 상승했고, 인도네시아(32%)·태국(23%)·대만(11%)·인도(5%) 등 다른 신흥국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매수세가 장기적인 흐름이 되려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과 실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결국 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야 외국인들도 증시에 계속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며 “든든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9/20130929021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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