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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펀드매니져의 고백 stockistry(kfsbpark)


2005/09/05 13:50  조회: 8  스크랩: 0  

  • 이런 고백을 하는 심정은 매우 착잡하다.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에 대한 질타는 스스로 깨끗지 못하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인터뷰에 그나마 응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스스로 증권계의 일익을 담당할 때 마지노선과 같은 최후의 양심선 만큼은 굳게 지켰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나 역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그 모든 파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내 자신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 인터뷰가 이뤄졌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고 싶다. 무엇을 들춰내는 것은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때 종종 천박한 흥미거리가 되기 쉽다.

     

    나는 사태가 그런 식으로 봉합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일선에서는 일단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나의 일터는 그곳 증권계이며 꾸준히 노력해 내 꿈을 펼 곳도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정직하게 살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도 그런 정직한 사람들이 모여 최소한의 룰만큼은 지켜지는 광장이 되었으면 한다.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다. 모든 종류의 모럴 해저드에는 당사자의 부도덕성과 함께 그 부도덕성을 조장하는 ‘객관적인 원인’들이 있는 법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우선 재량권이 없다. 하나의 펀드를 최소한 3년 이상 자신의 전적인 책임 하에 운영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펀드나 펀드매니저가 없다.

     

    인센티브제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펀드매니저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더 정확히 말해서 펀드매니저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기준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산출할 수 없는 것이다. 투신사나 뮤추얼펀드의 사장들이 매우 ‘시혜적인 입장’에서 임의로 쥐어주는 돈을 ‘인센티브’로 부르기는 어렵다. 그것은 차라리 보너스나 격려금으로 보아야 한다.

     

    부도덕 조장하는 객관적인 원인들

     

    펀드매니저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고액의 보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A급 펀드매니저의 연봉은 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사이다. 그리고 일정하지 않은 인센티브가 있는 정도다. 지난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일부 뮤추얼펀드사가 자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3억~5억원의 인센티브를 지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고 그것도 인센티브라기보다 회사의 매출 증가에 따른 보너스의 성격이 강하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래서 늘 ‘전직’을 꿈꾼다. 단기성으로 운영되는 펀드에서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언제든 회사는 성적이 나쁜 펀드매니저들을 ‘자를’ 준비가 돼 있고 펀드매니저 역시 한 회사에 정을 붙이고 눌러앉을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자금의 단기운용 실적에 목을 매야 하는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시황분석이나 종목연구보다 작전성, 투기성 자산운용에 골몰한다. 수익을 내면 선이고 손실을 끼치면 악이다. 그 외의 판단기준은 없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을 펀드매니저 개인에게 물을 수도 없다. 자산 운용의 결정 과정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률이 떨어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은 결국 펀드매니저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런 착잡한 상황들이 펀드매니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리에 있을 때 한몫 챙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고 도덕적 의지가 약한 펀드매니저는 작전세력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 버린다. 펀드매니저치고 그런 유혹을 받고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공생하는 증권사 법인영업부와 펀드매니저

     

    그러나 그 모든 열악한 상황이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도덕적 타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모럴 해저드는 그저 모럴 해저드일 뿐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변명도 통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국내의 펀드매니저들은 이 악취 풍기는 모럴 해저드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각한 것 중 하나는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법인영업부의 유착관계다. 증권사 법인영업부는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을 바라보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주는 물량이 수수료 수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법인영업부에는 팀당 월 수천만원의 ‘접대비’가 할당돼 있다. 이 돈을 누구를 위해 쓰는지는 불문가지다. 펀드매니저의 경조사 부조금, 휴가비, 룸살롱 향응, 각종 상품권, 해외여행비 등이 그 자금을 통해 집행된다. 부끄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이런 향응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할 수 없다.

     

    요즘에는 골프장 부킹이 가장 보편적인 ‘향응’의 수단이다. 자기 돈 내고 골프장 가는 펀드매니저가 과연 얼마나 될까. 골프채 선물과 부킹, 골프모임 이후의 술자리까지 증권사에서 도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명절과 개인기념일에 선물을 돌리는 것은 기본 메뉴다.

     

    당장 각 증권사 법인영업팀의 서랍을 뒤져 보라. 각 기관 펀드매니저의 주소와 연락처, 생일 등 각종 기념일, 개개인의 기호와 취미가 적혀 있는 리스트가 발견될 것이다. 이것을 단순히 상거래의 관행으로, 또는 비즈니스의 윤활유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런 불공정 거래의 대가는 결국 누가 치러야 하는 걸까.

     

    골프가 성행하는 대신 룸살롱 향응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는 펀드매니저에게는 룸살롱 접대의 ‘약발’이 여전히 먹힌다. 그 풍속도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우선 강남 1급 횟집에서의 저녁식사. 보통 최고급의 풀코스 요리를 대접받는다. 그리고 바로 룸살롱행이다.

     

    강남 일대에서는 P 룸살롱·W 룸살롬 등이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다. 최고의 미인들이 모여 있다고 알려진 명소다. 악사들을 불러 노래를 즐기고 원하는 사람은 2차까지 나가는 ‘풀코스’다. 강남의 1급 S 요정도 자주 이용되지만, 젊은 펀드매니저들은 이곳을 피한다. 한복을 입은 호스테스와 국악 연주 등이 왠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곳은 주로 간부급들의 회식장소로 이용된다. 물론 그날의 모든 비용은 증권사측에서 부담한다.

     

    펀드매니저는 때로는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등의 관료들과도 골프를 친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펀드매니저가 관료들과 골프를 쳐야 하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고급정보를 얻기 위한 루트로 활용한다고 쳐도 거기서 얻는 고급정보는 시장의 자유거래 질서를 심각히 훼손할 것이 뻔하다.

     

    각 증권사 영업팀과 펀드매니저, 일부 관료들의 학맥을 통한 ‘결탁’을 나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감독기관의 관료들이 증권계 사람들과 술 먹고 골프 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간 주식시장의 수많은 ‘작전’들이 적발되지 않은 이유 중에는 증권계와 관료들의 ‘친교’와 ’눈감아주기’가 작용했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각 투신사는 거래 증권사에 대한 주문 집행비율을 미리 정해 놓는다. 기여도에 따라 랭킹을 매겨 주문비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결정과정 안에는 펀드매니저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며 그 공간이 바로 펀드매니저의 ‘권력’을 잉태하는 텃밭이 된다.

     

    펀드매니저는 증권사 사람들과의 이런 친교를 증권사가 제공하는 ‘고급정보’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정보의 유무가 투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사활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급정보의 제공만으로는 펀드매니저를 움직일 수 없다. ‘향응’과 ‘특혜’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는 증권사로부터 받는 ‘향응’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증권사 영업팀 브로커가 대신 관리해 주는 속칭 ‘모찌계좌(일종의 차명 계좌)’를 갖고 있다. 펀드매니저는 개인 실명으로는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 ‘모찌계좌’가 또한 펀드매니저의 모럴 해저드의 온상이 된다. 아니, 그것은 모럴 해저드 정도가 아니라 불법, 탈법 행위다. 모찌계좌를 통해 펀드매니저는 주가조작 세력과 연결되고 자신도 투자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

     

    관료들과 골프 치는 펀드매니저

     

    일부 파렴치한 펀드매니저는 이 모찌계좌를 이용, 작전 스타트 전에 주요 작전종목 물량을 저가에 ‘분양’받는다. 일정한 수익률 도달시(보통 2~3배)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 관례다. 물론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다. 해당 펀드매니저가 컨트롤하는 종목 외에 다른 작전종목도 상호 교환방식에 의거, 은밀히 교환된다. 보통 당일 종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단타를 이용해 차익을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종목의 주가를 의식하며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있다. ‘도덕적 타락’의 극치를 이루는 경우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고객이 맡긴 돈을 가로채는 것이나 진배없는 행위다. 주가폭락시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보다 자기 매매 계좌의 평가손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도덕적 자질에도 문제가 있지만 실력이나 경험 측면에서도 선진국 펀드매니저들에 비해 그 자질이 현격히 떨어진다. 펀드매니저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 펀드를 펀드매니저의 책임 하에 운영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증권사 브로커 등을 지내다 형식적인 관문에 불과한 전문운용인력시험을 패스해 본들 진정한 의미의 펀드매니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대로 된 토양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반투자자들의 단기투자 행태가 개선돼야 하며 주식 매매 수수료 수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다양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펀드매니저가 되기 전의 ‘historical record’가 매우 중시된다. 보통 애널리스트 과정을 거치고, 소규모 펀드에서 2~3년간 좋은 실적을 쌓은 자만이 대형 펀드의 펀드매니저 밑에서 보조역을 맡을 수 있다. 보조역을 맡은 기간에 자질이 검증된 사람에 한해 진짜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펀드매니저를 키울 토양이 없다.

     

    펀드매니저의 ‘historical record’를 통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매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실적 측정 방법이 정착돼야 한다. 우리나라 펀드매니저의 세계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 1년 국내 몇몇 펀드매니저들이 엄청난 실적을 냈다고 치자. 그게 과연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일까. 결단코 아니다. 사상 유례가 드문 그런 강세장에서 그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historical record’를 측정하는 진정한 취지는 결코 결과만 놓고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다. 수익을 올리기까지의 투자행태와 과정을 면밀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실력을 이렇게 평가하면 표면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펀드매니저가 수익을 많이 낸 펀드매니저보다 더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이름난 펀드매니저는 언론과 소속 회사가 합작해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다. 수익률을 조작해 인위적인 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각 자금운용사들이 ‘스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스타의 ‘조작된’ 실적을 보고 고객들의 ‘눈먼 돈’이 굴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들은 종종 펀드를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고 명성만으로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돼 또 다른 펀드를 망친다. 이들에게 펀드를 운용할 전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만큼 책임을 물기도 사실은 어렵다. 하나의 펀드가 망하는 것에는 펀드매니저 위에서 이들을 감독하고 지휘하는 운용사의 경영진에도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투자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류에 편승해 펀드를 설정하고 보자는 경영진의 무모한 욕심에도 문제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펀드매니저들도 경제연구소 또는 기업심사부에서 애널리스트나 심사역을 최소한 3~5년 정도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이 소규모 펀드를 운용해 보고 다시 대형 펀드매니저의 보조 역할을 맡는 것이 순서다. 이 과정을 거친 사람 중 가장 자질이 출중한 사람들이 펀드매니저라는 명패를 달 수 있어야 한다.

     

    펀드매니저가 작전세력과 연계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년을 놓고 볼 때 코스닥 시장은 거의 전 종목에 작전세력의 입김이 닿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작전세력으로부터 상당한 유혹과 제의를 받았고 한번은 작전 가입 직전에까지 간 적이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한 증권사의 영업이사 Q씨는 증권사 고위 간부급으로는 드물게 아직까지 작전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과거에는 중·소형주 작전에 골몰하다 지난 1년간은 코스닥시장의 작전에 몰입, 엄청난 재미를 본 인물이다. 이런 거물을 그냥 놔두고 30대 펀드매니저 정도나 구속하면서 난리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보스는 살고 ‘히트맨’만 죽는다.

     

    마피아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보스는 무슨 짓을 해도 잡히지 않고 경찰이 고작 잡아내는 것은 살인을 직접 저지른 ‘히트맨’들 뿐이다. 작전세력의 뿌리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그 조직의 힘도 대단하다. 작전세력들은 혹 적발되더라도 핵심분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 보호해야 할 사람은 끝까지 보호하는 것이다. 또 곁가지로 참여하는 사람은 주도세력이 누군지도 모른다. 이게 마피아 조직이 아니고 뭔가.

     

    이번에 구속된 D투신의 펀드매니저 P씨도 나는 개인적으로 잘 안다. 단죄를 피할 수 없게 됐지만 내가 아는 바 그는 엄청나게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평소 기업 실사를 그처럼 자주 나가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스카우트와 전직이 유행할 때도 그는 한눈을 팔지 않았던 사람이다. 수년 전 애널리스트 시절 2,000만원 정도의 소액계좌를 운영하며 내게 추천 주식을 문의하던 소박한 증권맨에 불과했다.

     

    그를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단지 생활에 쪼들려 작전세력의 돈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작전세력의 돈을 받지 않고서도 그런 주식을 샀을지 모른다. 포트폴리오에 편입될 자격이 있는 주식이라면 돈을 받고 주식을 매수해 준다 해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심정을 너무도 잘 안다. 그 결단의 순간에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그는 받아서는 안되는 돈을 받았다.

     

    그런 사람까지 작전세력의 돈을 받게 됐다는 것은 무엇을 방증하는 것일까. 펀드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가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P씨가 속한 작전세력 외에 상습적으로 작전과 주가조작을 일삼는 작전그룹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그 흔한 마피아 영화를 재상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과연 잡아낼 수 있을까. 그간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나는 그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사이버 거래 피하는 투신사들의 담합

     

    펀드매니저도 문제지만 투신사나 뮤추얼펀드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나는 이들 회사의 펀드 운용이 사이버 거래를 통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고객들이 맡긴 돈을 투자할 때 비싼 수수료를 증권사에 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것이다.

     

    거기에는 매우 비열한 야합이 개재돼 있다. 최근 증권사를 만든 한 자산운용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뮤추얼펀드는 계열 관계 증권사에 투자 주식의 30%를 넘긴다. 그리고 나머지 70%는 국내 A와 B증권사에 물량을 나눠 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A와 B증권사는 이런 물량 위탁의 대가로 이 뮤추얼펀드 계열의 증권사에 자신들이 소유한 투신사의 물량을 넘긴다.

     

    수수료가 정상거래의 10분의 1에 불과한 사이버 거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정상거래를 통해야만 챙길 수 있는 수수료 이익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수수료를 과연 자산운용회사의 관계 증권사가 챙길 자격이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펀드매니저들이 일반거래를 고집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증권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고급정보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각자의 주식을 바터 형식으로 위탁하는 투신사와 증권사들이 무슨 고급정보를 주고받을 동기가 있나.

     

    증권사 설립이 허가된 대투나 한투도 계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고 이 매매가 저렴한 사이버 거래로 이뤄지지 않는 한 그 대가 없는 매매수수료의 부담은 투신사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고객의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든 자산운용회사는 근본적으로 ‘모럴 해저드’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같으면 그런 회사에 절대로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한 자산운용회사는 비자금 조성 등 다른 목적을 위해 위장 관계사를 세우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부도덕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과거 건설회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한 수법들을 고스란히 배워 실천하는 것이다. 고객의 돈을 횡령하는 이런 행위들이 언젠가는 철퇴를 맞을 날이 올 것이다.

     

    주식시장에 관계하는 모든 인력들이 이런 부도덕한, 불법 행위에 맛들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검은돈 축적하기’ 백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까지 와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주식시장의 검은 세력과 그 동조자들’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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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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