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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리사들이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제공

교육 현장의 비정규직 실태
“우리 담임은 기간제 교사
1년에 두번이나 바뀌어”

아이들에게 만남은 배움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이들을 만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규직 교사일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학교 공간에는 교사를 포함해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넘쳐나는 학교 공간의 실태를 지난해 중3 시절 기간제 담임교사만 두 명을 거친 서성진(가명·16)군의 이야기를 통해 재구성해본다.

오전 8시 등교 시간이 가까워오자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 정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진다. “학생, 이리 와봐. 왜 교복 위에 점퍼를 입는 거야? 머리는 왜 이렇게 길어?” 60대인 배움터 지킴이가 서성진 학생을 불러 세웠다. 벌점을 받은 성진이가 짜증스런 얼굴로 돌아서며 “선생도 아니면서…”라고 중얼거린다. 성진이는 “배움터 지킴이들도 어른이니까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데, 선생님들이랑은 다르죠. 가족이 아닌데 가족처럼 행동한다고나 할까요?”라고 말했다. 학교 안전관리를 맡는 배움터 지킴이는 비정규직 직원이다.

성진이는 교실로 들어와 오전 9시 수업 시작 전까지 자습을 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공부를 하지만 옆자리 친구와 장난치거나 책상에 엎드려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학생도 보인다. 담임을 맡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교사가 교실에 들어섰다. 그가 기간제 교사라는 걸 학생들도 안다. 교사가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지만, 학생은 잠깐 일어났다 도로 잠을 청한다.

교사는 성진이를 교무실로 불렀다. 진로와 고등학교 진학 계획, 부모 직업 등을 묻고 10분도 되지 않아 성진이를 교실로 돌려보냈다. 성진이는 “선생님이 나이도 젊고 기간제 교사라 잡무를 많이 맡다 보니 저희들한테 시간 내주시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진이는 중3 들어 담임교사가 두번이나 바뀌었다. 담임이던 30대 초반의 기간제 교사는 5월이 되자 학생들에게 예고도 없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남은 1학기 두 달간은 정규직 교사가 담임을 맡았고, 2학기 땐 새로운 기간제 교사가 담임으로 왔다. 성진이는 “갑자기 가신다니 당황스럽고 서운했죠. 담임 선생님이 1년에 두번이나 바뀌니까 혼란스럽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제대로 알기 어렵죠”라고 말했다.

중3 서아무개군의 학교생활 시간표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등교지도-배식-교과·방과후 수업…온통 ‘비정규직 선생님’

학교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학생의 하루

학생지도 절반 비정규직이 맡아
영어강사·체육코치 등 직종 50여개
“어른들은 교육 중요하다면서 왜…
언제 관둘지 몰라 신뢰형성 어려워”

4교시 수학 수업에는 20대 기간제 여교사가 들어왔다. 하루 6~7교시 가운데 2~3시간은 기간제 교사가 가르친다. 이 시간에는 30명의 학생 가운데 대여섯이 잠을 잔다. 정규직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 시간에 비하면 갑절 정도 많다. 성진이는 “기간제 교사들은 권위가 덜하니까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비율이 더 적어요. 무서운 남자 정규직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 땐 아무도 안 자죠”라고 말했다.

낮 12시30분, 종이 울리자마자 학생들이 앞다퉈 복도로 뛰어나가 배식대 앞에 줄을 선다. 한 학생이 “소시지 더 주세요. 왜 더 안 줘요”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어머니뻘인 40대 후반의 급식보조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다른 학생들이 못 먹잖니”라고 달랬다. 학생은 뒤돌아서서 욕을 내뱉었다. 비정규직인 급식보조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배식을 이어갔다.

오후 4시께 수업이 끝나고 성진이는 집에 갔다가 5시30분까지 학교로 돌아와 2시간 동안 방과후 학교 수업을 들었다. 일주일에 4일 동안 진행되는 수업 중 절반인 영어 수업을 기간제 교사가 맡는다.

이렇게 성진이의 하루는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비정규직으로 끝난다. 성진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인 분들과 같이 있을 때가 더 많아요. 그런데 비정규직 분들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까 학생들하고 깊이 관계를 맺기가 어렵거든요. 어른들은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왜 교육자들을 불안한 상황에 두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초·중·고교 전체 교원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4.1%에서 2012년 9.0%로 5년 새 2배나 늘었다. 돌봄강사와 특수보조원, 영어전문회화강사 등 각종 시간강사도 같은 기간 1527명에서 1만4120명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기간제 교사의 절반은 담임을 맡고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0~2012년 교원 담임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기간제 교원 3만9974명 가운데 45.9%(1만8344명)가 학급 담임을 맡았다. 2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담임을 맡은 정규직 교원 수는 22만7000명에서 22만2000명으로 5000명가량 줄었다.

학교엔 교사 말고도 훨씬 많은 비정규직들이 있다. 전문상담사, 행정·전산·교무 직원, 실습보조원, 사서, 조리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체육코치, 기숙사 사감 등이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은 50여개 직종으로 분화돼 전체 학교 직원의 43%가량을 차지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와 상담교사 등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을 늘리면 한 교사가 한 학생을 총체적으로 책임 있게 가르치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53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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