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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지향적 개념인 PBR

 

지난 5월 이후 조정 장세가 이어지면서 KOSPI는 순자산가치 수준(PBR 1배 내외)까지 떨어졌다. 주식의 적정가치를 판단하는 데는 여러가지 기준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순자산가치와 비교해 주가를 평가해 보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개입되지 않은 비교적 확실한 가치(대차대조표)를 기반으로 산정되는 것이 순자산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향후 기업실적에 대한 예측치가 반영된 예상PBR(Forward PBR)을 사용하는 것은 방법론적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면 수익가치로 주가를 평가하는 예상PER을 사용하면 된다. 자산가치가 고려된 PBR이 중시되는 시기는 대체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자들은 미래의 기업 펀더멘털을 궁금해 한다.

 

펀더멘털이라는 것은 확정적 가치가 아니다. 펀더멘털은 오히려 동적인 개념(dynamics)이다. 펀더멘털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대단히 가변적인)합의에 다름 아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과도한 비관 하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과잉 낙관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예측 행위를 배제하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자산과 주가를 비교해 보고자 하는 의도가 PBR이라는 지표 안에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수익 추정의 기반이 되는 손익계산서는 미래 지향적 재무제표이고, 자산가치 추정의 기반이 되는 대차대조표는 기본적으로 과거 지향적 재무제표이다. 손익계산서는 한 해의 영업활동의 기록이지만, 대차대조표는 기업 설립 이후 쌓아 놓은 부(富)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PBR에 대한 해석은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하거나 아니면 예상 실적과 과거 실적의 적절한 조합 하에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도 실적 전망치(2012년과 13년 순이익 각각 117조 원, 136조 원 가정)를 기반으로 산정된 12개월 Forward PBR 1배 수준의 KOSPI는 1,819p이고, 2011년 확정 실적으로 산정된 PBR 1배 수준의 KOSPI는 1,622p이다. 약 200p의 갭이 존재한다.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시장 PBR은 1배 밑으로 떨어져

 

정교한 방법론은 아니지만 필자는 2011년 확정 실적과 12개월 Forward 값으로 산정된 PBR 1배의 평균값인 1,700p 정도를 실질적인 PBR 1배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매크로 지표의 하강을 감안할 때 기업분석가들의 실적 추정치에 들어있을 수 있는 낙관적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지만, 한국 상장사들이 08년 금융위기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순자산가치의 감소로 귀결될 총체적 적자 반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시장 PBR이 1배를 하회하면 주식시장은 저평가 권역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를 하회하는 주가 수준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늘 의미있는 투자 기회였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약세장에서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순자산가치를 크게 하회하는 과도한 저평가(over kill)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대내외 시스템 리스크(금융기관의 실제적 파산 혹은 파산 위험에서 비롯되는 신용경색)가 증폭되는 국면에서 KOSPI는 PBR 1배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유럽 재정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주가는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를 하회할 수 있다. 필자는 유럽 예금자 보호 조항의 강화, ECB의 신용위험국 국채 매입 재개와 추가 LTRO(필요시) 등으로 금융 기관 파산 리스크는 억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투자자에게 PBR 1배 내외는 의미있는 매수 권역

 

경험적으로 보면 시장 PBR 1배가 시장의 의미있는 지지선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약세장에서는 KOSPI가 늘 PBR 1배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PBR 1배 부근의 주가를 저평가 권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KOSPI가 장기적으로 PBR 1배 미만에서 고착화됐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래 표는 KOSPI가 PBR 1배를 하회하기 시작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이후 6개월, 1년, 2년, 3년의 KOSPI 등락률이다. 국가가 부도 위기로 치달았던 IMF 구제금융 국면에서만 PBR 1배 하회 시점 이후에도 KOSPI가 2년여 가량 약세를 이어갔을 뿐, 대부분의 경우 KOSPI는 빠른 복원력을 기록했다. PBR 1배를 하회하는 시점에서 인덱스(KOSPI)를 매수했던 투자자는 3년 경과 후 평균 60.2%의 KOSPI 상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오히려 PBR 1배 붕괴 직후 6개월(평균 2.2%), 1년(평균 4.3%) 정도의 단기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KOSPI가 PBR 1배를 하회하면서 저평가 권역에 들어선 이후에도 단기적으로는 저평가가 더 심화되다가, 시간을 두고 저평가가 해소됐던 셈이다.

 

단기 투자자에게는 PBR이 1배에 근접(또는 하향)한다고 하더라도 큰 시사점이 없을 수 있다. 단기 저점은 PBR이 아닌 다른 기준이 판단의 잣대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다만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에게는 PBR 1배에 근접해 있는 현재의 KOSPI 레벨은 매력적인 수준이고, 적립식 투자자 역시 현 지수대를 시장 진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리스크는 크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finance.naver.com/research/pro_invest_read.nhn?expert_code=11&nid=728&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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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wi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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