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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대 초반 일본 닛산생명은 공격적인 연금보험 상품 판매로 급성장했다. 고령화사회 초입 단계에 있던 일본에서 최저보장이율 5.3%의 연금 상품을 판매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보장성 보험 사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전체 고객 자산 중 개인연금 비중이 67.7%에 달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일본 증시가 침체되면서 1995년 자산운용 수익률은 3%대로 떨어졌다. 고객에게 약속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어 결국 1997년 파산했다.

2. 일본 마루소증권은 1990년대 초 일본 증시가 침체에 빠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저금리 기조가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 국내에서 수익 창출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찾아나선 게 배경이 됐다. 투자자들을 모집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수준의 멕시코를 중심으로 신흥국 채권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1994년 멕시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멕시코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1997년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최근 한국 금융 업계에 일본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금융 업계의 대응을 통해 침체에 빠진 국내 금융 업계의 돌파구를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대체적으로 일본의 경험을 통해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다양한 노후 대비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흡수하고 저금리 기조 장기화 속에서 `+α(플러스 알파)`를 찾아 해외 사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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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경로를 따라 움직인 일본 금융사 중에도 파산 기업이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 증권 업계가 이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형ㆍ월지급식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내년부터 비과세혜택이 폐지된다는 이유로 즉시연금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08년 국내 6대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수입보험료는 277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조3985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권사 월지급식 펀드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 수탁액은 2010년 1666억원에서 2012년 7월 기준 1조282억원으로 무려 6배 넘게 증가했다.

연금형ㆍ월지급식 상품은 상환 기간이 장기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금융사들에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시연금은 공시이율이라는 일종의 기준금리에 따라 수익이 쌓이며, 혹여 금리가 떨어져도 10년 이내는 연복리 2.5%, 그 이후에는 연복리 1.5%(삼성생명 즉시연금 기준)의 최저보증이율제도를 통해 원리금을 보장한다. 국내에도 저금리 기조가 일상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율 보장이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금융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월지급식 펀드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 가입자 중 상당수가 월 0.6%(연간 7.2%) 수준에서 월분배금을 받고 있다. 이 경우 1억원을 월지급식 펀드에 넣었다면 연간 720만원(월 60만원)이 지급된다. 따라서 연간 7.2% 이하 수익률을 낼 경우에는 원금에서 분배금을 꺼내줄 수밖에 없다.

A증권사 사장은 "최근 각 금융사에서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본 닛산생명 사례처럼 장기간에 걸쳐 보면 시장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에서 활로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국채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자칫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자산에 대한 분석과 검토가 국내 시장만큼 면밀히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브라질 국채는 1조40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브라질 국채 금리가 10%대로 국내보다 높은 데다 2000년 이후 고성장 국가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1년 새 헤알화가치 하락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10%에 가까운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겠지만 높은 수익률만 보고 리스크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신흥국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63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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