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긴장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아이디어
미국이 이란 군부의 고위인사를 드론으로 암살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중동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과 연계시키거나 2003년 이라크 전과 비교하여 전쟁이 트럼프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일단 중국이랑 그렇게 싸우다가 결국 무역협상에 도장찍은 트럼프가 무슨 중국 혼내줄려고 이란 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그 논리적 전제부터가 의구심이 든다. 그들은 트럼프가 레이건이라고 아주 굳게 믿고 있는데 그들에 믿음은 근거가 빈약하다. 레이건은 구소련 붕괴를 위해 동맹국은 물론이고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 탈레반, 빈 라덴의 알카에다까지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입으로만 레이건 타령할 뿐 동맹을 그냥 똥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레이건은 30년 이상 공화당 당원으로서 철저한 공화당원의 삶을 산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그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나름 신념이 있었던 사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젊은 시절부터 ‘민주당(-1987)=>공화당(1987-1999)=>개혁당(1999-2001)=>민주당(2001-2009)=>공화당(2012-현재)‘을 거친 신념없는 정치 철새에 불과
(참고: 나쁜 놈들에 전성시대(20170107)
https://bwithu.tistory.com/m/544 )
결국 신념보다 이익이 그에게 더 중요하고 중국이 트럼프에게 이익을 주면 충분히 협상 가능한 존재. 이런 인간은 입으로 뭐라고 떠들든 손익계산이 +로 안 나오는 걸 할 가능성이 낮다. 중국 측도 이러한 트럼프의 본질을 잘 알고 있으며 그의 당선은 중국에 입장에서 큰 행운이다.
"중국, 트럼프 재선 원한다".. 전 中 고위직의 분석
https://news.v.daum.net/v/20191110162521121
또한 지금 이란의 상황을 부시 정권 당시 이라크 전과 단순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후세인과 현 이란 정권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후세인의 지지기반은 30% 정도되는 이슬람 수니파들이었고, 70%의 이라크인들은 친이란 반 후세인 성향의 시아파들이었다. 후세인은 철권통치를 하지 않으면 정권 유지가 안되는 취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독재 외에 그가 정권을 유지할 방법은 없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라크는 미국과의 전쟁을 앞두고 단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소수파 정권이던 후세인의 경우는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하자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기 전 이라크 군이 전의를 상실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가전 없이 미군의 피해없이 조기에 전쟁이 끝났고 조기 종전이 되었기 때문에 부시 정권이 정치적 이익을 얻을 있었다.
하지만 이란은 90%에 달하는 국민이 현 정권에 지지세력인 이슬람 시아파이고 시아파 이슬람의 종주국이다. 이라크보다 더 내부 단결이 잘 되어있고 미국의 공격에 쉽게 항복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와 달리 이란은 수도 테헤란에서 시가전을 벌이며 결사항전을 할 수 있다.
테헤란의 인구는 현재 약 1000만명에 달하고 이는 서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 도시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면 미군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결사항전한다? 미군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다. 21세기에 적화통일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서울에서 시가전을 통해 북한군의 남진을 충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결국 승리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엄청난 병력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재선 이전에 전쟁이 끝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은 이기겠지만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누적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트럼프는 장사꾼 마인드가 강해서 돈 크게 쓰는 거 싫어한다. 이런 사람은 임기 내 돈 많이 드는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낮고,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벌인다면 이는 트럼프의 재선 실패와 감옥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화이트 칼라, 엘리트, 권력형 범죄자에게 수백년 징역 때리는 나라니까.
거대담론, 밀덕소설은 그냥 재미만 있을 뿐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 지루하고 재미없고 느리게 움직인다. 특히 트럼프 같이 자기 사리사욕이 신념에 우선하는 사람에겐 미국과 이란의 역사적 관계 같은 건 별 의미없다. 최근 이란이 탈퇴한 핵확산금지조약은 이미 북한이 오래 전에 탈퇴했다. 우리는 그 북한과 정상 회담까지 한 사람이 트럼프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런 북한과 대화한 걸 보면 두어달 후 이란하고도 대화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으며 편견, 선입관, 자신에 사사로운 호불호, 정치 이념 같은 것을 치우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주위에서 트럼프가 북한 혼내준다고 떠들던 사람이나 트럼프가 중국을 금융위기 일으켜서 혼내준다고 떠들던 사람들을 기억해두자. 나는 아직도 그들에 말을 믿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